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국 출장길에 오른 여 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나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진행한다. 2025.9.1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국 출장길에 오른 여 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나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진행한다. 2025.9.1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스마트투데이=이은형 기자 | 대통령실이 16일 한미관세협상과 관련해 "시한에 쫓겨 기업들이 크게 손해 볼 일은 대통령이 사인(서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미 간 협상이 교착상태인 상황에서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뉴스1이 전했다. 

뉴스1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 시한에 묶여 국익에 관한 대통령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이 미국에 가서 돈을 벌어야지, 미국에 돈을 퍼주러 갈 순 없다"며 "정부가 기업에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해줘라'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이건(관세협상)은 기업과 연결된 일이다. 국익이라고 표현돼 있지만 기업이 손해 보는 걸 정부가 강행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실의 공개 메시지는 미국의 압박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관세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제안한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규모의 대미투자를 현금 출자 방식으로 진행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대미 투자에 따른 수익 배분 또한 일본과 유사한 수준으로 합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일본은 대미 투자에서 발생하는 이익 배분과 관련해 투자금 회수 전에는 미국과 50대 50으로 나눠 갖고, 투자금 회수가 완료되면 미국이 90%, 일본이 10%를 배분받는다는 미국의 입장을 전면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같은 미국 측의 요구에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협상과정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25% 상호관세도 불사하겠다는 기류도 흐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관세협상과 관련해 "어떠한 이면합의도 하지 않고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가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방식을 두고 팽팽하게 맞서면서 관세협상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 측은 대미투자 펀드 현금 출자 요구에 맞서 '한미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역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대미 투자 관련 협상을 진행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귀국했다. 김 장관의 바통을 이어 받아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전날(15일)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여 본부장은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제이미슨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날 예정이어서 USTR이 줄곧 주장해 왔던 한국 쌀·소고기 시장 개방 문제가 다시 논의 테이블 위에 오를 거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여 본부장은 농산물 추가 개방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규 개방은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정부가 '손해 보는 합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한미 관세협상이 장기화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협상) 기간과 국익이 꼭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가 있다면 국익 보존을 목표로 협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스마트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