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이재수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SK에코플랜트의 미국 자회사 매출 과대 계상 의혹에 대해 ‘중대한 과실’로 결론 내렸다. 금융감독원이 당초 ‘고의’로 판단했던 것보다 한 단계 낮춰 의결하면서 형사 고발은 피했지만,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약속은 여전히 큰 부담으로 남게 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증선위는 전날 제16차 회의를 열고 SK에코플랜트가 연결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미국 연료전지 자회사 A사의 매출을 과대 계상한 행위에 대해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의결했다. 회계 위반은 ‘고의–중과실–과실’ 3단계로 분류되는데, ‘고의’ 판단 시 검찰 고발과 임원 해임 등 중징계가 뒤따른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SK에코플랜트는 담당 임원 면직 권고 및 6개월 직무 정지, 과징금 5000만 원 등의 제재에 그치게 됐다.
앞서 금감원은 기업가치 부풀리기 유인이 있었다며 ‘고의 위반’으로 판단, 전 대표이사 해임 및 검찰 고발 등을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증선위가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형사 책임은 피하게 됐다.
SK에코플랜트의 감사인이었던 삼정회계법도 제재를 받았다. 증선위는 삼정이 연결재무제표 매출 감사 절차를 소홀히 했다며 손해배상공동기금 20% 추가 적립, 감사업무 제한 2년, 지정제외점수 20점 부과를 의결했다.
◇ IPO 추진에도 먹구름

이번 증선위이 회계 위반 제재가 형사 고발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SK에코플랜트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제재가 IPO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IPO 심사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측면이 중요한 만큼, 금융당국의 제재 이력은 심사 기관(거래소, 금감원)과 기관투자가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회계 투명성 문제가 거론되면 기관투자가들의 신뢰를 얻기 어려워지고, 향후 수요예측 단계에서 공모가가 낮게 책정될 수도 있다. 특히, 최근 건설 경기 침체와 실적 부진이 겹친 상황에서 신뢰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IPO 일정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가치가 예상보다 낮게 책정되거나 IPO 일정이 차질을 빚을 경우 SK에코플랜트는 심각한 재무적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재무적 투자자(FI)들과 한 약 속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프리미어파트너스, 이음PE, 글랜우드크레딧 등으로부터 1조 원(상환전환우선주 4000억 원, 전환우선주 6000억 원)을 유치했다. 회사가 이들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IPO기한은 2026년 7월이다. IPO에 실패할 경우 고율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투자자들은 전환가액 조정 조항을 통해 향후 신주 발행 시 더 많은 보통주를 확보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뒀다. 실제로 SK에코플랜트가 지난해 에센코어·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신주를 발행했을 때 전환비율은 RCPS 1대 5.25, CPS 1대 5.35로 높아졌다. SK㈜가 SK머티리얼즈 산하 반도체 소재 자회사 4곳 지분을 오는 12월 SK에코플랜트에 넘기기로 하면서 재무적 투자자들이 확보할 주식수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IPO를 추진하면서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와 친환경 에너지 등 신사업 전환을 적극 모색하고 있지만, 건설경기 침체로 전통 주력인 건설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 줄고 있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