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DNA의 100%를 4m에 집중”

지프 최초의 순수전기차, 어벤저를 시승했다. 이 차는 전기 파워트레인 이상의 가치를 품었다. 투박하고 거친 지프 특유의 감각은 희석하되, 그룹 내 푸조처럼 근사한 굽잇길 주행 실력을 갖췄다. 물론, 지프 배지에 걸맞은 높은 지상고와 동급 소형 SUV에선 경험하기 힘든 다양한 험로주행 모드로, 걸출한 오프로드 주행 실력도 더했다.

‘2023 유럽 올해의 차(European Car of the Year)’, ‘최고의 패밀리 SUV(Best Family SUV – WWCOTY)’, ‘2023 탑기어 올해의 전기차(Electric Car of the Year 2023)’. 지프의 새 막내, 어벤저의 화려한 수상 이력이다. 2022년 말 출시 이후, 지금까지 유럽에서 10만 건의 계약을 받는 등 B-세그먼트 SUV 시장의 신흥 강자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어벤저는 지프의 ‘홈구장’ 미국에선 만날 수 없는 SUV. 전량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하며, 아시아에선 지난해 한국 시장에 최초로 공개된 바 있다. 작지만 당찬 외모와 새로운 전기 구동계,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생애 첫 자동차를 고민하는 소비자를 겨냥했다. 과연 국내에서도 유럽만큼의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안팎으로 꼼꼼히 살폈다.

◇지프의 첫 순수전기차..작지만 당찬 외관 ‘눈길’

먼저 외모 소개부터. 어벤저의 체격은 B-세그먼트 SUV 중에서도 작은 편에 속한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085ⅹ1,775ⅹ1,560mm. ‘작은 형’ 레니게이드와 비교하면 길이는 170mm, 너비는 75mm 작다. 대신 휠베이스는 2,560mm로 10mm 차이에 불과하다. 3~4인 가족보단 혼자 또는 부부가 이용할 SUV로 적당한 크기를 갖췄다.

다만, 어벤저의 외모는 10년 전 레니게이드의 등장만큼 파격적이진 않다. 컴패스와 체로키로 익숙한 얼굴이 어벤저에도 스몄다. 7-슬롯 그릴과 네모 반듯한 램프, 각 잡힌 펜더가 좋은 예. 그런데 기능적이다. 가령, 램프와 그릴, 휠 하우스 주변부를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감싸며 살짝 돌출시켰다. 충격에 의한 손상을 최소화하겠단 의도다.

어벤저 디자인을 맡은 다니엘레 칼로나치(Daniele Calonaci)는 “지프 DNA의 100%를 4m 안에 집중시켰다”며 “기능성이 형태가 되며, ‘기능을 위한 디자인’이란 접근 방식을 어벤저에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8년 스텔란티스의 전신인 FCA에 입사해 그 동안 알파로메오와 피아트 등 그룹 내 다양한 소형차 디자인을 주도한 전문가다.

◇알차고 실용적인 내부 공간 ‘눈길’

이처럼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가령, 동승석 대시보드까지 길쭉한 트레이를 팠다. 변속 버튼은 앞으로 밀면서 널찍한 센터 콘솔도 확보했다. 두 개의 10.25인치 모니터로 구성한 디스플레이 패널도 포인트. 직경 작은 스티어링 휠과 마사지 기능을 더한 운전석 시트 덕분에, 출퇴근용 세컨드 카로 타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2열은 성인 남성을 위한 공간은 아니지만, 불편하진 않다. 트렁크 기본 용량 역시 321L에 불과한데, 2열을 접으면 부피가 큰 캠핑 장비도 거뜬히 품을 수 있다. 즉, 어벤저는 1~2인 운행 환경에 최적화한 시티 커뮤터로, 지프가 새롭게 선보이는 장르다. 핸즈 프리 파워 테일게이트 등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편의 장비도 알차게 담았다.

◇검증된 플랫폼으로 안정적 성능 확보

어벤저는 푸조 2008, DS 3, 피아트 600 등 스텔란티스 그룹 내 B-세그먼트 모델이 두루 쓰는 CMP2 플랫폼을 사용한다. 전기차 전용 골격은 아닌 내연기관과 함께 사용하는 앞바퀴 굴림(FF) 뼈대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을 마친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전략적이다. 유럽에선 1.2L 가솔린 터보 엔진 얹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도 판매 중이다.

어벤저의 400V 파워트레인은 스텔란티스와 니덱 리로이-소머(Nidec Leroy-Smoer)가 공동 출자해 세운 합작사 ‘이모터스(EMotors)’가 만들었다. CATL이 공급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은 54kWh. 1회 충전으로 국내 기준 복합 292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WLTP 기준으론 400km까지 가능하다. 전기 모터의 최고출력은 156마력, 최대토크는 26.5kg·m를 뿜으며 100kW 급속 충전기로 20→80% 충전을 24분 만에 마친다.

◇험로주행 더해 굽잇길 주행 탁월 ..푸조의 '향기'

이날 주행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푸조와 한 식구가 된 이후에 등장한 어벤저의 주행 품질은, 10년 전 레니게이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네 바퀴의 끈끈한 접지력을 느낄 수 있는 섀시, 찹쌀떡처럼 졸깃한 서스펜션 덕분에 굽잇길 주행이 푸조처럼 즐겁다. 게다가 무거운 배터리를 밑바닥에 깐, 지프가 처음 선보이는 전기차이지만 승차감도 포근하다.

즉, 유럽에서 생산하는 모델인만큼 어벤저의 주행 기본기는 완성도 높은 푸조와 닮았다. 대신 운전 시야와 험로주행 성능은 영락없는 지프다. 통상 소형 SUV의 최저지상고는 160~180mm 안팎. 어벤저는 200mm이며, 615mm의 높은 시트 포지션도 갖췄다. 덕분에 작은 차지만 터프한 SUV를 모는 듯한 즐거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실제 어벤저는 오프로드에 진심이다. 셀렉-터레인(Selec-Terrain®) 시스템으로 샌드/머드/스노우 등 다양한 험로 주행모드를 지원한다. 여기에, 진입각과 탈출각을 넉넉히 확보하면서, 특수 설계한 배터리 쉴드를 통해 외부 요인으로부터 차체 하부와 배터리를 보호한다. 회전 직경은 10.5m로, 랭글러 숏보디 모델처럼 험로에서 기동성이 좋다.

전기차에게 특히 민감한 주행거리는 국내 인증 수치보단 여유로웠다. 배터리 잔량 83%에 표시한 잔여 주행거리는 330km. 75%까지 내려갔을 때 인증거리와 비슷한 수치를 띄웠다. 성인 남성 2명이 탑승한 점, 공조장치 온도를 18도로 설정한 점을 감안해도 넉넉하다. 1.5t(톤) 대에 불과한 비교적 가벼운 공차중량도 한 몫 보탰다.

최신 모델인만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양껏 갖췄다.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까지 감지하는 긴급 제동 시스템, 차선 유지 보조, 스탑 앤 고 기능을 포함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교통 표지판 인식 시스템 등 다양한 장비를 기본으로 갖췄다. 여기에 알티튜드 트림엔 사각지대/후방 교행 모니터링 시스템, 8개의 파크센스를 더했다.

보조금 혜택 더하면 '4천만 원대' 구매 가능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었던 지프 어벤저. 국내 판매 가격은 론지튜드가 5,290만 원, 알티튜드가 5,640만 원으로 주요 경쟁 상대인 볼보자동차 EX30(4,945만~5,516만 원)과 비슷하며, BMW iX1(6,690만~6,950만 원)보단 저렴하다. 보조금 혜택을 더하면 4천만 원대 구매가 가능한데, 서울시 기준으로 국비 359만 원, 지방비 82만 원을 더해 441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유럽 올해의 차 수상에 빛나는 지프 어벤저. 과연 국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모은다.

<제원표>

차종

지프 어벤저

길이(mm)

4,085

너비

1,775

높이

1,530~1,560

휠베이스

2,560

공차중량(kg)

1,550~1,585

트렁크 용량(L)

321

승차정원

5인승

최고출력(PS)

156

최대토크(kg·m)

26.5

배터리 용량(kWh)

54

배터리 제조사

CATL

연료효율(km/kWh)

복합 5 / 도심 5.4 / 고속 4.6

주행거리(km)

복합 292 / 도심 313 / 고속 266

타이어

215/60 R17(론지튜드) / 215/55 R18(알티튜드)

원산지

폴란드

가격

5,290만 원(론지튜드) / 5,640만 원(알티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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