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기 시작한 가운데 하나증권이 충당금 적립 여파로 대규모 적자를 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최대한 충당금 적립' 요구를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 계열 하나증권은 지난해 4분기 3408억8800만원 영업적자에 252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4분기 부진한 실적에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3340억원 적자, 순손실은 2673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966억원의 영업이익에 1306억원의 흑자가 발생한 바 있다. 

4분기 실적이 지난해 전체 실적을 좌우한 셈이다. 충당금 적립 여파 때문이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3790억원의 매매평가손실이 발생했고, 여기에 더해 2121억원의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충당금은 해외 부동산 투자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CFD 미수 채권 등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충당금 적립 요구가 나온 이후 발표된 실적이라는 점이다.

지난달 23일 이복현 원장은 임원회의에서 부동산 PF 사업장의 질서 있는 정리를 위해 금융회사에 충당금을 최대한 많이 적립할 것을 강조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전후해 보여왔던 원칙적 부실 처리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풀이됐다. 부실을 처리하기 위해 사전에 금융회사들에게 충격 흡수 장치를 마련하도록 주문한 것이다. 

이 원장은 특히 단기 성과에 치중해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사는 엄중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당과 직원 보수보다 위험관리에 더 중점을 두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강도높은 충당금 적립을 요구한 것이었다. 

하나증권은 때맞춰 충당금을 쌓고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감수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전망을 감안할 때 올해도 부동산 PF 관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결국 미리 반영하느냐, 천천히 반영하느냐의 기로에서 선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타 증권사 실적에도 우울한 전망이 드리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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