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우선주·일반주 등 가리지 않고 매집
워크아웃 신청 당일 거래량 10배 급증..회사채는 100배 폭증

[출처: KRX 정보데이터시스템]
[출처: KRX 정보데이터시스템]

개인 투자자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한 태영건설에 위험한 베팅을 하고 있다.

태영그룹과 정부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갈림길에서 줄다리기 중이지만, 개미들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에 올인했다. 회사채부터 주식까지 가리지 않고 거래가 폭증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가기만 하면, 싸게 매집한 회사채와 주식으로 큰 이익을 볼 거란 도박이다. 

◇주식 거래량 10배 급증..회사채는 100배 폭증

8일 태영건설 우선주는 전일 대비 13.9% 급락한 6020원에 마감했다. 나흘 연속 폭등한 끝에 2천원대 주가는 7천원선 코앞까지 뛰었다가 6천원선에서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반면에 태영건설 보통주는 이날 장중 20% 뛰었다가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보통주는 이날 전일 대비 3.4% 오른 3195원에 장을 마쳤다.

우선주와 보통주 거래량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당일(작년 12월 28일) 각각 256만주와 3485만주로 전날보다 10배 정도 급증했다. 전날 거래량은 각각 19만주와 393만주에 불과했다.  

거래가 가능한 유일한 회사채에도 매수세가 몰렸다. 태영건설68 상장 회사채의 워크아웃 신청 당일 거래량은 32억원, 거래대금은 20억원을 각각 돌파했다. 12월 초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2천만원 안팎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평소보다 100배 많은 거래량이다.  

태영건설68은 8일 전일 대비 20원 하락한 6149원을 기록했다. 회사채 가격은 지난해 12월 초 9800원대에서 워크아웃을 신청한 당일 6124원으로 급락했다. 그러자 싸다고 본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투자자들은 액면가 1만원의 태영건설68 회사채를 만기인 내년 7월 19일까지 보유하기만 해도 짭짤한 이익을 볼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표면금리는 2.59%다. 무상감자로 채권을 주식으로 받게 되더라도 차익을 볼 거라는 기대심리다.

주식투자 카페에서는 태영건설이 법정관리 간다에 베팅하려면 SBS 주식을 사고, 워크아웃에 베팅하려면 태영68 회사채를 사란 개인투자자의 전략도 돌았다.

◇워크아웃 기로에 선 태영그룹..법정관리 리스크 간과

하지만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기정사실화 하는 투자는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주만 해도 금융 당국과 채권단은 태영그룹에 법정관리로 갈 수도 있다며 최후 통첩을 보냈다.

티와이홀딩스가 이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남은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면서, 워크아웃 협상이 간신히 재개됐다.

태영그룹이 채권단을 납득시킬 만한 자구책을 내놓지 못하고, 사재 출연 규모도 적다면, 정부는 워크아웃을 받아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워크아웃에 들어가더라도 채무조정 과정에서 회사채도 채무조정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 채권 원리금이 감면되거나 만기가 연장되면 이 또한 손해로 이어진다.

워크아웃 개시 후에 법정관리로 간 케이스도 있다. 벽산건설, 남광토건이 그 사례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 3사는 워크아웃 신청 당일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CCC로 10단계 강등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빠르면 5월부터 기업개선계획 약정을 체결한 후 공동관리절차가 진행된다"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 3.6조원 중 33%가 미착공이라서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고, 내년 1분기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PF 우발채무는 45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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