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탐내며 탐욕스럽다는 비난에 참담함 느껴"

카카오의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카카오의 쇄신을 위해 전면에 나서서 직접 주도할 것을 밝혔다. 아울러 이를 위해 카카오의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며 영어 이름 사용과 수평적인 문화까지 완전 재검토 하겠다고 강조했다.
11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2년 10개월 만에 직원들 앞에 서서 '카카오의 변화와 쇄신의 방향성'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김범수 위원장은 "‘무료로 서비스하고 돈은 어떻게 버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우리가 불과 몇 년 사이에 ‘골목상권까지 탐내며 탐욕스럽게 돈만 벌려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 지금의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경영쇄신위원장으로서 의지를 가지고 새로운 카카오로의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카카오는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발표한 사내 공지 전문을 공개했다.
김범수 위원장은 "기술과 자본이 없어도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플랫폼 기업을 만들고자 했고, 이를 위해 열정과 비전을 가진 젊은 CEO 들에게 권한을 위임해 마음껏 기업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실리콘밸리의 창업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 방식이 한국에서도 작동하길 바랐고 실제로도 카카오와 카카오 계열사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공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성장 방정식이라고 생각했던 그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저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더 이상 카카오와 계열사는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자산 규모로는 재계 서열 15 위인 대기업"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이해관계자와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를 맞춰오지 못했다며 자기 반성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고자 했으나 지금은 카카오가 좋은 기업인지조차 의심받고 있다"며 "카카오의 세상을 바꾸려는 도전은 누군가에게는 위협이자 공포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를 향한 기대치와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삐그덕대는 조짐을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창업자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위원장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원점부터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쇄신위원장이라는 직책에 맞게 새로운 카카오로의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해를 계속할 새로운 배의 용골을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해 나가겠다"며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범수 위원장은 아래와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확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초기화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한다. 현재 시점의 시장 우위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화 가능할지의 관점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하고 숫자적 확장보다 부족한 내실을 다지고 사회의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는데 집중하겠다는 것.
또한 그룹 내 거버넌스 개편한다.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카카오의 기업 문화도 개선한다. ‘문화가 일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유지하며 현재와 미래에 걸맞은 카카오만의 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 계획이다. 여기에는 카카오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 등까지도 원점에서 검토한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바람픽쳐스를 고가 인수하면서 4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검찰 수사 중이다. 최근에는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이 개인 SNS에서 내부 경영 실태를 폭로하며 내홍이 거세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