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금융기관 인가 거쳐 직접 거래 가능
개장시간 새벽2시까지로 연장..추후 24시간 개장 방침

정부가 70년만에 닫혀있던 외환시장의 빗장을 풀었다.
해외에 있는 금융기관도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며, 외환시장 마감 시간은 현재의 오후 3시30분에서 새벽2시로 연장된다. 단계적으로 24시간 열려 있는 시장을 만들 계획이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7일 발표했다.
정부는 과거 외환위기에 대한 트라우마 등으로 폐쇄적, 제한적 시장 구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오히려 환율 안정성을 저해하고 자본시장과 금융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원화에 대한 접근성을 키워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거나 내국인들이 해외 투자로만 몰리는 것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거시 건전성과 대외 안정성에 대한 자신감을 확보한 것도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금융기관 간 거래하는 외환시장에는 국내 금융기관만 참여할 수 있다. 해외 금융기관이 국내 외환시장에서 거래하기 위해선 한국에 지점을 내거나 국내 금융사의 고객으로서만 가능했다.
앞으로는 해외에 있는 은행, 증권사도 외환당국의 인가를 거쳐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다만 헤지펀드 등 단순 투기 목적의 금융기관은 제외된다.
또 인가를 받은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RFI·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현물환뿐만 아니라 외환(FX) 스와프 거래도 할 수 있게 된다. FX 스와프 거래는 현물 환율로 필요한 통화를 차입(교환)하고 이를 정산하는 단기 외화 거래를 말한다.
외환시장의 마감 시간은 새벽 2시까지 연장한다. 한국 기준으로 런던 금융시장이 마치는 시각이다.
해외 투자자들은 증시 마감 후 환전 규모가 확정되는데 외환시장이 증시와 동시에 마감돼 불리한 환율로 환전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매매기준율은 현재처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전체 시장평균환율 등은 시장의 자율 협의를 거쳐 제공한다.
정부는 은행권의 준비 상황,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하며 외환시장 개장 시간을 추후 24시간으로 늘리기로 했다.
시장 인프라도 선진국 수준으로 구축한다.
우선 고객을 대상으로 한 외국환 전자중개업무(애그리게이터·Aggregator)를 도입, 제도화한다. 애그리게이터는 은행이 아닌 기관이 은행들과 고객 간 외환거래를 전자적으로 중개하는 업무로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돼 있다.
RFI가 CLS (Continuous Linked Settlement) 국내 결제대행은행에 결제 계좌를 개설하면 원화 관련 CLS 동시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 RFI가 한국은행이 운영중인 외환전산망을 통한 거래 내역 보고가 어려웠던 점을 감안, 별도의 보고 시스템도 마련하기로 했다.
외국 금융기관이 본인 계좌 개설 은행이 아닌 제3의 은행과도 환전할 수 있도록 제3자 외환거래도 허용한다.
정부는 올해 안에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3분기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 업계가 참여해 외환시장 구조 개선 추진 작업반을 만들어 준비 상황을 점검, 지원한다. 2분기에는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