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들의 배출 현황. 그림=글로벌액션플랜 보고서 캡처
빅테크들의 배출 현황. 그림=글로벌액션플랜 보고서 캡처

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재앙적인 지구 온난화를 막으려는 어떠한 노력도 기후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근본적인 규제 없이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돼 주목된다. 국제 환경 관련 비영리 단체 글로벌 액션 플랜(Global Action Plan)이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비영리 기관 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가 전했다.

홈페이지 게시글에 따르면 보고서는 ‘빅테크들의 추악한 비밀(Big Tech’s Dirty Secret)‘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보고서는 “음모론과 잘못된 정보를 증폭시키는 것부터 점점 더 거대해지는 에너지 소모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빅테크들이 지구 온난화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지속 불가능한 소비주의를 주도하고 정치적 분열을 증가시키며 사회를 압박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효과적인 기후 행동에 대해 체계적인 디지털 장애물을 만듦으로서 민주주의에서 더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분석에 참여한 인권 변호사 수지 알레그레는 게시글에서 "빅테크 억만장자들은 21세기의 석유 재벌들과 같으며,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도 그에 못지않게 파괴적"이라며 "이 보고서는 기후 운동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빅테크가 기후 영향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메타(구 페이스북) 등 단 5개의 회사가 뉴질랜드 전체가 소모하는 만큼의 전력을 사용한다. 보고서는 기후에 관한 허위 정보가 트위터와 틱톡을 포함한 가장 큰 SNS 플랫폼에서 계속 번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이들 빅테크가 기후 정책에 대한 세계적인 합의를 찾는 것을 거의 불가능한 일로 만든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유엔기후협약당사국총회(COP27)에서 잘못된 정보가 쏟아져 정상회담의 진전을 저해했다고 경고했다. 많은 기후 운동가들은 이번 회의가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폐기하거나 감축하겠다는 어떠한 공식 약속도 없이 끝난 데 대해 격분했다.

보고서에 대해 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는 빅테크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했는데, 빅테크들의 반응은 달랐다. 메타는 2020년 현재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글로벌 운영을 실현하는 등 기후 목표와 관련된 진전을 이뤘고, 2017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94% 줄였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주장하는 배출 저감은 그러나 메타의 공급망과 관련된 배출은 포함하지 않는다. 메타는 "기후 변화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를 포함해 기후 관련 주장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공 정책이 기후 변화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이해하고 있으며 기후 행동 옹호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후 공약을 달성하기 위한 지역사회와 기업들의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빅테크들도 당연히 기후 변화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공약을 발표했다. 5대 빅테크는 모두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아마존은 2040년까지 배출 제로를 달성하고, 2025년까지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메타는 2030년까지 공급망에서 탄소 배출을 완전히 상쇄하거나 제거하겠다고 공약했다. 애플은 공급망 전체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했고 구글 역시 탄소 제로 에너지로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심지어 마이너스 탄소를 내세웠는데, 이는 탄소 배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제거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그들의 공급망은 여전히 화석 연료에 의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기후 온난화의 심각한 원인으로 남아 있다. 기후 과학자들은 빅테크들이 입증되지 않은 탄소 제거 기술과 탄소 상쇄 프로그램에 의존한다면서 회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허위 정보 전문가들은 또한 트위터, 구글, 메타를 포함한 빅테크들이 그들의 플랫폼에서 허위 정보를 단속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서의 기후 허위 정보의 확산은 수년간 악화되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보고서는 빅테크들이 기후 변화에 대항하는 세계적인 싸움에 대한 최고의 위협으로 남아있다고 결론지으며 비판을 반복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빅테크들은 온라인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교한 소비자 프로필을 만든 다음 매출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전문 광고로 개인들을 공략한다. 이런 광고는 매우 에너지 집약적이며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약 1%가 온라인 광고 서비스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광고에 의한 탄소 배출은 영국 전체 탄소 배출량의 32%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광고가 분열적이고, 음모적이고, 혐오스러운 내용을 홍보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전달된다는 것도 문제다.

보고서는 또한 빅테크들이 기후 대응에 그들의 역량을 충분히 투입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2020년 7월~2021년 6월 사이에 빅테크들은 로비 활동 가운데 평균 6%만을 기후 관련 정책에 할애했다고 한다. 미 의회가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소 법안을 논의하고 있을 때, 5개의 빅테크 중 마이크로소프트만이 이 제안을 지지했다.

기후 과학자 트윌라 문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이후 기후 부정주의와 허위 정보가 증가하고 있어 우려된다“며 빅테크들의 행태가 경제, 지역사회, 건강에 파괴적인 방식으로 기후 행동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을 우려했다.

저작권자 © 스마트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