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루제. 사진=픽사베이
벨기에 브루제. 사진=픽사베이

벨기에 서북부 지방의 도시 브루제(Bruges)는 90개의 차로를 자전거 전용 구역으로 전환해 자전거 우선 통행 지역으로 개편했다. 자전거 전용 구역은 도시 중심부를 모두 포함하면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자동차 통행보다 우선 순위에 놓이게 된다고 유럽 각지의 소식을 알리는 더메이어EU가 전했다.

자전거 도로로의 전환은 새로운 자전거 전용 도로의 구축 방식을 벗어나 더 적극적인 행정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시정부는 예산이 소요되는 자전거 전용 도로를 건설하는 대신, 도로교통 법규를 자전거 우선으로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개정된 규칙이 시행되면 자동차 전용 도로는 주역을 자전거에게 넘겨주게 된다. 물론 자동차가 아예 다니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도로를 자전거가 우선 주행할 권리를 갖게 되며, 자동차는 앞서 달리는 자전거를 추월하지 못한다. 자전거를 추월하지 못하면 자동차의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자동차 운행은 줄어들 것이라는 전략적인 계산이다.

자전거 친화적인 거리를 만드는 유럽 시정부의 정책이 탄력을 받고 있다. 많은 국가와 시정부들이 자전거 전용 도로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회피하고, 손쉬운 대안으로 이 모델을 선택하게 된 것. 신속한 전환까지 보장하면서 유럽에서 유사한 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전환으로 인해 브루제 시정부가 해야 할 일은 표지판과 도로 표시를 바꾸는 것뿐이라고 한다. 다만 자전거 주행 속도는 시속 30km로 제한된다. 많은 도시들이 도심에서의 자동차 제한 시속을 30km로 낮추는 추세여서 도로 운영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책 전환으로 브루제가 추가로 확보하는 자전거 친화적 도로는 총 13km에 달한다. 벨기에에서도 가장 자전거 타기에 좋은 도시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브루제 시정부가 발표한 공식 평가에 따르면, 브루제는 2030년으로 설정된 기후 목표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감소했지만 목표치에 도달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으며, 시정부는 가정과 빌딩을 대상으로 태양광 패널 지붕 설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측면에서 보면 2011~2020년 17% 감소했지만, 목표치인 20%를 밑도는 수준이다.

많은 가정용 기기들의 에너지 효율이 높아져 전력 소비가 감소했지만, 난방 방식은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주민과 지자체가 처리해야 할 장기적인 문제라는 것이 시정부의 지적이다.

이동성과 관련, 시정부는 다른 교통 수단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브루제에 거주하는 가정이 승용차를 폐기하면 500유로의 보조금을 받는다. 보조금은 자전거를 사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시는 또한 현재 60여 대의 공유 차량이 있는 다세대 간 차량 공유도 추진하고 있다. 시 당국은 오는 2025년까지 이를 125대, 2030년까지 250대로 숫자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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