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1구역] 즉각적인 제재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전략적 압박으로 해석…조합원·관공서 관계자에 대한 강한 어필

|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현대건설이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이하 성수1지구) 시공사 경쟁에서 법적 제재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지난 10일 현대건설은 성수1지구 조합에 보낸 입찰지침(시공자 선정계획서) 의견 회신에서 “불법홍보를 행한 GS건설에 대해 도정법 및 관련 고시 등에 따른 제재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사료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시공사 입찰 과정에서의 불법과 범죄에 해당하는 여러 정황을 깊이 우려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기존 입찰안내서에 GS건설 의도 반영 △대의원회 회의자료 임의 수정 △조합과 GS건설간 비밀 회동 △대의원회(9월 4일) 전 조합직원의 TM을 통한 부결 유도 △GS 직원의 조합원 개별 접촉 및 복숭아 선물 제공(부결 강요) 등이 현대건설이 제기한 정황들에 해당한다.
도시정비법 제132조에 제1항 1조에 따르면,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또 이러한 행위는 제3자를 통해 이루어져도 불법이다. 이러한 불법 행위를 저지르게 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물론 실제 제재가 이뤄지게 되면, GS건설은 성수1지구의 시공사로 선정될 수도 없다. ‘부정당 업체’는 아예 입찰에 참여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
다만 현대건설이 성수1지구 조합에 제기한 GS건설에 대한 도시정비법 제재 요구에도 불구하고, 실제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구체적 증거가 부족할 수 있고, 또 각종 정황을 입증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 또, 부정당업자로 지정되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받기까지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기도 한다. 성수1지구는 2026년 초 시공사 선정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어, 제재 절차를 진행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기도 하다.
때문에 이번 현대건설의 제재 요구는 전략적 압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후발주자인 현대건설이 GS건설의 선점효과를 깨뜨리기 위해 법적 제재라는 강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가능성은 크지 않더라도 이러한 표현 자체가 조합 구성원과 구청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계산이다.

◆ 끊이지 않는 금품수수와 이어지는 제재
건설사의 조합원에 대한 금품수수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불법행위다. 현금, 여행·상품권 등 건설사가 조합원에게 주는 금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일부는 조직적으로 직원을 동원해 조합원을 상대로 현금을 살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건설이 2017년 10월 시공을 맡은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다. 롯데건설은 재건축 수주를 위해 조합원에 현금이나 여행상품 등 총 51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7000만 원의 벌금이 선고됐다. 홍보용역 책임자 A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고, A씨를 도와 현장 총괄 업무를 맡았던 직원 2명은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제공하거나 제공하려 한 금품이 통상적인 범위를 크게 벗어났고 그 규모도 상당하다”며 “(홍보에) 들어간 비용은 결국 공사비에 반영돼 조합원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고 죄책도 크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잠실 옆 신반포에선 대우건설이 조합원에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3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17년 9월 시공자로 선정된 대우건설은 신반포15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조직적으로 홍보 용역을 동원해 조합원을 매수한 혐의를 받았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대우건설로부터 재건축 홍보 업무를 위임받은 B기업의 운영인 C씨는 대우건설로부터 받은 홍보용역비로 홍보 용역을 동원해 조합원 매수를 단행했다.
B기업 홍보 용역은 조합원들에게 총 347회에 걸쳐 합계 1억 4515만 원 상당의 선물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밝혔다. 사적인 자리에서도 만나 “대우건설에 투표해달라”며 시가 합계 15만 원 상당의 화장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상당한 수익을 거두었다. 공사 수주로 인한 이익과 견주었을 때 불법 행위로 치른 대가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