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한민형 기자| "Buying is a science, but selling is an art.", "Anyone can buy, the trick is to sell." (주식을 사는 건 기술이지만, 파는 건 예술이다)
주식 투자에서 매도(selling)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강조하는 증시의 오랜 격언이다. 주식을 매수하는 행위(Buying)는 기업의 재무제표, 성장 가능성, 산업 동향 등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반면, 주식을 매도하는 것(Selling)은 단순히 데이터만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시장의 심리, 매도 시점, 수익을 확정하려는 욕구와 더 큰 수익을 기대하는 욕망 사이의 갈등 등 비정형적이고 심리적인 요인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전문투자사도 예외가 아니다. '자금 회수(Exit)'를 언제 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28일 뉴스1이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투자 스토리를 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뉴스1 에 따르면 2018년 하이브 초기 투자자들도 자금 회수 '시점'를 놓고 고심했다. 초기 투자자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조기 회수를 결정했다. 구주주의 지분을 사줄 신규 투자자가 필요했다. 이때 등장한 구원투수가 바로 스틱인베스트먼트다.
스틱은 이 투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했다. '조건'을 내걸었다. 방 의장에게 상장이 성공한다면 이익을 나누되, 실패한다면 지분을 더 비싸게 되사 달라고 요구했다.
상장이 무산된다면 방 의장은 그야말로 파산할 수도 있었지만, 제안을 받으며 승부를 걸었다. 그야말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투자였다.
"리스크보다는 확실한 이익을"…스틱, 풋백옵션 제안
2018년 하이브(352820) 초기 투자자인 LB인베스트먼트의 지분을 매입한 곳은 스틱이다.
스틱은 지분을 살 때 당시 경제 상황과 전망, 상장 성공 가능성을 나름대로 냉정하게 계산하고 결정했지만 내부 우려도 상당했다. 당시 BTS가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최초로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했지만,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로 끝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컸기 때문이다. 더욱이 군대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내부에서는 불확실한 투자보다는 확실한 이익을 바랐다. 이에 방 의장에게 2023년까지 빅히트가 상장하지 않으면 지분을 다시 넘길 수 있는 풋백옵션을 제안했다. 상장이 무산되면 인수 금액 1039억 원에 매년 내부 수익률(IRR) 더한 금액으로 되사주는 조건이었다. 당시 IRR은 5~6%대로 추정된다. 대신 반대급부로 상장 시 매각 차익의 30%를 나눠주는 이익분배약정(언 아웃)을 맺었다.
스틱 관계자는 "해당 계약은 상장의 불확실성이 있던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했고, 어느 정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안전한 구조가 요구됐다"며 "이를 얻어내기 위해 일정 부분 대가를 줘야 했다"고 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다운사이드 프로텍션과 언 아웃(Earn-out)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술렁인 하이브, 이스톤PE의 등장
초기 투자자인 LB인베스트먼트의 지분 매각은 하이브 내부에 충격을 줬다. LB인베스트먼트는 2012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하이브에 투자한 주요 투자자였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LB인베스트먼트의 자금 회수를 '하이브 고점 신호'로 인식했다. 공동창업자였던 최유정 부사장도 지분 매각을 희망했다.
문제는 마땅한 재무적 투자자 물색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SV인베스트먼트 소속 시절부터 하이브를 발굴하고 지원한 김중동 전 최고투자책임자(CIO)다.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PE)를 통해 2019년 6월 최 부사장 보유 지분 2.7%를 250억 원(이스톤 1호 PEF)에 사들였다. 이어 11월 뉴메인에쿼티와 특수목적법인(SPC)인 '메인스톤 유한회사'를 설립해 LB인베스트먼트와 레전드캐피탈, 알펜루트 자산운용 지분 8.7%도 1050억 원(이스톤 2호 PEF)에 인수했다.
이스톤PE 역시 하이브 지분을 인수하면서 리스크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방 의장에게 스틱과 유사한 풋백옵션을 요구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이스톤 1호 PEF는 이익분배약정은 맺지 않았고, 이스톤 2호 PEF만 체결이 이뤄졌다.

"BTS 글로벌서 통한다"…달랐던 방시혁의 베팅
방 의장은 투자자들이 요청한 풋백옵션을 받아들이면서 리스크를 감수했다. 만약 2023년까지 하이브가 상장하지 못한다면 스틱과 이스톤PE의 투자금(2339억 원)에 IRR을 더해 약 3000억 원을 들여서라도 지분을 다시 사야 했다. 사실상 파산이 확정적인 상황이었다.
방 의장은 승부수를 띄웠다. BTS의 글로벌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성공이 눈앞에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BTS는 2020년 9월 한국 최초로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하이브는 2020년 10월 상장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기업가치는 4조8000억 원, 공모가는 13만5000원이었다. 스틱과 이스톤PE는 이후 지분 매각으로 막대한 차익을 얻었고, 방 의장도 이익분배금 약 4000억 원을 받았다.
방 의장이 큰 리스크를 부담했기 때문에 큰 이익을 볼 수 있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베팅'은 성공했고 방 의장은 상장 사실을 속이고 구주주 지분 매각에 나서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 의장이 마치 부당한 방법으로 큰돈을 번 것처럼 인식되는 것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라는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 의장은 이익 분배금 4000억 원 중 절반은 세금으로 내고, 1550억 원은 2021년 하이브 유상증자에 투자했다. 나머지 350억 원은 미국 사업 거점 작업 공간 마련을 위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