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총기사고가 발생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단지에 경찰 수사관들이 출동해 수습작업을 하고있다.2025.7.21/뉴스1 ⓒ News1 박소영 기자
21일 총기사고가 발생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단지에 경찰 수사관들이 출동해 수습작업을 하고있다.2025.7.21/뉴스1 ⓒ News1 박소영 기자

|스마트투데이=이은형 기자 |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에서 발생한 사제 총기 살해 사건 피의자 A 씨(62·남)가 고립감으로 망상에 빠져 범행했다고 경찰이 결론을 내렸다.

뉴스1에 따르면 경찰은 29일 오후 인천경찰청 기자실에서 3차 브리핑을 열고 "피의자는 이혼 이후 스스로 점차 외톨이라는 고립감에 사로잡혔고, 가장으로서 자존감을 상실한 채 심리적으로 위축돼 간 것으로 보인다"며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리며 결국 작년 8월부터 범행을 계획하고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전처와 이혼한 뒤에도 오랜 기간 같이 살았고, 동거 생활을 하다 보니 자신이 전과 같이 화목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후 아들 B 씨(33·사망)가 결혼 뒤 전처가 자신의 곁을 떠나 완전히 헤어지자 가족이 자신을 따돌린다고 착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1998년 별건 범죄를 저질러 구속 수감돼 있을 당시 전처 C 씨(60대)와 협의 이혼을 했다. C 씨는 나이 어린 아들(B 씨, 당시 7세)을 생각해 이혼 후에도 A 씨와 함께 살았다. 이후 전처는 B 씨가 결혼할 무렵인 2015년 다른 장소로 거주지를 옮겼고, 생일과 명절 등 특별한 날에만 가족들과 만났다.

B 씨와 C 씨는 많게는 수천만 원에서 적게는 수십만 원까지 생활비, 대학원 등록금, 통신비, 아파트 공과금 등을 지원하는 등 경제적 지원을 끊지 않았다. 재작년 회갑을 맞아 전처와 합동해 잔치를 여는 등 외견상 특별한 갈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자기)들끼리 짜고 나를 셋업 한 거지(함정에 빠뜨린 거지)"라고 진술하거나, 다른 가족들에게 범행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망상과 착각에 빠졌던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경찰은 또 '경제적 어려움'이 범행동기가 아닌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 A 씨가 프로파일링 면담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나, 동기는 아니라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조금 어려워진 것은 맞지만 그게 범행동기는 아니었는데, (프로파일러) 보고서가 그렇게 나간 것 같다"고 진술했다.

A 씨가 아들 B 씨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 경찰은 "아들에 대한 애착이 유독 심했다"며 "전처와 아들 모두에게 원망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으나, 피붙이인 아들에 대한 원망이 더 컸던 거 같다"고 했다.

경찰은 A 씨에게 살인, 살인미수, 현주건조물방화예비, 총포·도검·화약류등의안전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오는 30일 송치할 예정이다. 다만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에 대해서는 A 씨가 서울 도봉구 쌍문동 자택에 설치한 폭발물 국과수 분석에 따라 '폭발물사용' 혐의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A 씨는 현재까지 "아들만 살해하려고 했다"며 살인미수 혐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경찰은 증거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B 씨 아내, B 씨 자녀 2명, 가정교사 1명 등 모두 4명을 살해하려고 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총열 4개와 총알 15발, 격발기 2개를 범행 현장에 가지고 들어갔다"며 "A 씨가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을 살해하려고 한 것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총기를 재장전하고 다른 가족들에게 '이리 와'라고 말한 것을 보면 신고를 못 하게 할 목적으로 살해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에서 사제총기로 아들을 쏴 살해한 A 씨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아파트에서 발견된 시너와 페트병 등 사제 폭발물들.(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2025.7.23/뉴스1
지난 21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에서 사제총기로 아들을 쏴 살해한 A 씨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아파트에서 발견된 시너와 페트병 등 사제 폭발물들.(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2025.7.23/뉴스1

 

특히 경찰은 A 씨의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범죄'라고 판단했다. A 씨는 과거 우연한 기회에 시청했던 사제 총기 제작 관련 영상을 참고해 작년 8월 사제 총기 제작을 위한 도구(파이프, 손잡이 등)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산탄 총알은 20여년 전 신변비관에 따른 극단적 선택 목적으로 A 씨가 부산에 가서 구입한 것으로, 총기 전문 업체 확인 결과 4개 사 윈체스터, 레밍턴, 체다이트, 피오키 제품으로 확인됐다. 이들 총알은 10~20년 전 수입이 금지된 제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애초 총을 구하러 부산에 내려갔지만, 총은 구입하지 못했고 50만 원을 주고 해당 산탄 총알들을 샀다.

또 자신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자택에 설치한 사제 폭탄 제작 물품(타이머 콘센트, 시너, 전선 등)은 올해 7월부터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집 안에서 뇌관을 치는 정도의 실험을 하며 '총이 발사되겠구나'라는 등의 판단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사제 총기와 사제 폭탄 제작 등이 완료된 시점과 자신의 생일이 비슷한 시기였기 때문에 생일 잔치에서 범행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집에서 사제폭탄 타이머를 맞추고 출발하자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피의자가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사제 폭탄을 설치했다'고 진술을 하고 타이머가 가동 중이던 상태로 대규모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했다고 보인다"며 "A 씨는 전혀 반성하거나 후회하는 듯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지난 20일 오후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 B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아파트 자택에 시너가 든 페트병·세제·우유 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를 설치해 폭발시키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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