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씨티 철수에도 ELS 영업 강화
금화·다이슨 에어랩 주며 ELS 판매했지만
![[출처: SC제일은행]](https://cdn.smarttoday.co.kr/news/photo/202405/50698_44135_348.jpg)
외국계 은행들이 하나 둘 한국시장에서 발을 빼는 와중에도 버틴 SC제일은행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로 딜레마에 빠졌다고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국에서 개인투자자에게 홍콩 ELS를 총 9억달러 규모로 판매한 SC제일은행은 지난 4월 올해부터 만기가 돌아온 홍콩 ELS와 관련해 수억달러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그룹 계열사인 SC제일은행은 투자자 배상에 대비해서 이미 1억달러를 준비한 상태다. 1억달러는 작년 한국 순이익의 약 40%에 달한다. SC제일은행은 자신 기준 한국 9위 은행이지만, 홍콩 ELS 5대 판매사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스탠다드차타드의 한국 전략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한때 2번째로 큰 시장이었다. 하지만 경쟁 격화로 HSBC와 씨티그룹은 한국 소매금융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해왔다.
반면 SC제일은행은 지난 2021년 ELS에 투자하는 고객에게 황소가 그려진 3.75g 금화, 60만원 넘는 다이슨 에어랩 헤어드라이어 등 사은품을 주면서 ELS 영업에 박차를 가했다. 한국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었다.
ELS에 투자하면서 금화를 받은 김 씨는 "내 자매는 금화를 받지 못해서, 은행원한테 이유를 물었더니, (ELS를) 최소 2억원 산 첫 고객에게 주는 사은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출처: 다이슨 홈페이지]](https://cdn.smarttoday.co.kr/news/photo/202405/50698_44136_351.jpg)
그러나 SC제일은행은 올해 1월 ELS 판매를 중단했다. ELS 손실에 분노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전액 보상하지 않으면, 은행을 옮기고 신용카드를 해지하겠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도 ELS 주요 판매사에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SC제일은행의 대변인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금융감독 당국의 진행 중인 수사에 관해 언급할 수 없지만, 당국과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SC제일은행 이사회는 ELS 투자자 배상계획을 승인했고, SC제일은행은 ELS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한국은 여전히 스탠다드차타드의 순이익 5위권에 드는 시장으로,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은 한국 장기 투자에 지속적으로 매진하고 있고, 한국 사업 파트너십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대변인은 강조했다.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개인투자자에게 복잡한 투자상품을 판매해서 감독 당국의 제재를 받은 게 처음은 아니다. 십여 년 전 스탠타드차타드 홍콩은 중국에서 구조화 채권을 팔았다가,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원금 손실을 보면서 투자자들에게 배상해야만 했다.
SC제일은행의 한국 매출은 최근 몇 년간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나아질 줄 몰랐다.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의 세계적인 명성에 기대 한국 부유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였지만, 홍콩 ELS 사태로 수렁에 빠졌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본부장은 "국내 시중은행과 규모의 경제, 경쟁 측면에서 볼 때 SC제일은행은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SC제일은행의 지난해 총자산은 10% 이상 감소하면서, SC제일은행의 미래에 관한 억측에 불을 지폈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의 국내 지점 수는 150개로, 지난 2005년의 절반도 안 된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은 지난 2005년 HSBC를 누르고 시장 점유율 6%의 제일은행을 33억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제일은행의 지점 수는 약 400곳에 달했고, 고객 수는 330만명이었다.
SC제일은행의 연간 순이익은 지난 2012년 19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시중은행과 경쟁 심화로 지점을 줄이고 감원하며 사업 규모를 축소해왔다. HSBC는 지난 2013년 한국에서 소매금융과 자산관리사업을 축소했다.
씨티그룹도 지난 2021년 대부분의 아시아 시장에서 소매금융 사업을 접는 과정에서 한국 소매금융 사업을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그해에 SC제일은행과 많은 시중은행들이 홍콩 ELS 판매에 박차를 가했다.
SC제일은행은 작년에 예수금 56조원을 기록해, 국내 시중은행 6곳 중에서 약 3.2%를 차지했다. 국제신용평가사 S&P의 김대현 상무는 주택담보대출과 기업금융 덕분에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며 "투자상품 매출을 약화시킬 수 있고, 내부통제 이슈에 대한 우려를 높일 수 있어, (홍콩 ELS) 불완전판매 문제가 SC제일은행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