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생명의 주식 투자 성과가 눈총을 받고 있다. 국내 최대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의 운용자산 규모는 200조원으로 업계 2위 한화생명(100조원)에 비해 두 배 가량 많지만 운용자산이익률은 업계 1위라는 위상에 걸맞다. 작년 3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5%로 3위 교보생명(4.0%)에 뒤졌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3%를 기록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4일부터 올해 1월5일까지 계열사인 삼성SDI 주식을 총 35회 사고 팔았다.

이 기간 매매일지를 살펴보면 삼성SDI 주가가 오른 날 거꾸로 주식을 매도한 횟수가 8회에 달한다. 주가가 상승한 날 매수한 횟수 7회보다 더 많다.
그나마 주가가 떨어진 날 체면치레한 수준이다.
하락시 매도가 11회로 매수 7회를 소폭 웃돌았다. 주가가 제자리 걸음한 날에도 각각 1차례씩 매도와 매수하면서 관련 수수료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당장 삼성생명 보험 가입자와 소액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이 냉담하다. 큰손 투자자인 삼성생명이 잦은 매매에 따른 수수료 비용으로 운용자산을 실질적으로 까먹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개인 투자자나 점쟁이동물인 문어, 낙타 등 보다도 못한 투자 성과가 이해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개인투자자 A씨는 "공시에 나온 삼성생명의 삼성SDI 투자 매매 성과는 이른바 쪽집게 문어의 정확도 90%에 비해 크게 뒤진다"고 지적했다.
A씨가 언급한 쪽집게 문어는 독일 서부 오버하우젠 해양생물박물관 수족관에 살았던 영국산 점쟁이 문어 '파울'을 지칭한다. 점쟁이 문어는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점쟁이 동물의 원조격. 이후 점쟁이 낙타, 악어, 앵무새, 원숭이 등이 뒤이어 등장했다.
삼성생명 홍보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공시된 매매 자료는 변액보험 운용과 관련한 특별계정 내용"이라며 "특별계정분은 다수의 자산운용사에 일임한 것으로 회사가 직접 매매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특별계정분은 회사의 자산운용수익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그룹은 작년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삼성생명의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2020년부터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던 전영묵 사장을 대신해 홍원학 사장으로 물갈이한 것. 신임 홍 사장은 삼성생명에 1990년 입사한 뒤 삼성전자 경영전략팀 상무, 삼성생명 인사팀장, 특화영업본부장, 삼성화재 부사장과 사장을 거쳤다.
홍 대표는 신년사에서 "우리 회사 미래 성장의 핵심인 자산운용은 운용 자회사뿐 아니라 금융 관계사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운용사 지분 투자의 질과 양, 그리고 속도를 높여 글로벌 종합자산운용 체계를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