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화(글로벌라이제이션)는 식량과 식품의 교역 면에서도 어김없이 이루어졌다. 식품 수출입은 급증했고, 이제 인플레이션이나 기상이변 등으로 인한 농업의 부침으로 인해 식량안보라는 용어는 유행어가 됐다. 독일의 식료품점과 페루의 한 식료품점이 태국에서 배송된 동일한 제품을 취급하는 시대다. 운송의 발전은 시장 확장에 대한 장벽을 무너뜨렸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식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시대다. 그 대가는 기후 변화에서 지불됐다. 농업에 의한 탄소 배출이 급증하게 된 것.
우리가 좋아하는 식품 중 다수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환경에 유해하다. 전 세계 온실가스(GHG) 배출량의 약 25%가 식품과 농업에서 발생한다. 지구온난화를 섭씨 1.5도 이하로 막기 위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시급한 시점이다. 우리의 식단이 음식 생산부터 소비되기까지 탄소 누적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독일의 환경 관련 비영리 미디어 페어플래닛이 온실가스 누적 배출이 가장 많은 식품 7가지를 소개했다.
◆ 육우용 쇠고기 및 양고기
쇠고기는 압도적으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식품이다. 두 번째로 탄소 배출이 많은 식품은 양고기다. 그런데 쇠고기가 양고기보다 kg당 2배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쇠고기 수요는 지난 50년 동안 급증했기 때문에 특히 파괴적아다. 1961년 이후 총 쇠고기 생산량은 전 세계적으로 3배 늘었고,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는 매년 500억 개가 넘는 버거를 판매한다. 쇠고기의 환경 영향은 목장 개발과 메탄 배출이라는 두 가지 요인으로 요약된다.
소를 키우려면 방대한 목장이 필요하다. 넓은 들판을 만들기 위해 목장주들은 숲 등 자연 환경을 개간하거나 불태운다. 개발되기 전 숲 태계는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착하여 사용하거나 저장하는 '탄소 흡수원'이었다. 탄소를 흡수하는 자연 솔루션을 파괴하는 것이다.
소는 또한 장내 발효라는 과정을 통해 풀과 곡물을 소화하면서 다량의 메탄가스를 생성한다. 이는 소에게 있어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그 결과는 극적이다. 쇠고기 탄소 배출의 49%를 차지하는 메탄가스는 단기적으로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온실가스다.
◆ 치즈와 유제품
치즈와 유제품은 소 젖으로 생산되지만, 유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사육되는 젖소는 육우용 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다. 이는 육우는 자유롭게 돌아다녀야 하고 농장이 넓어야 하기 때문에 토지 개발에 따른 탄소 손실이 워낙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즈와 유제품 생산은 여전히 식품 1kg당 30kg이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가장 높은 온실가스 배출원 중 하나다. 치즈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물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다. 단 1온스의 치즈를 생산하는 데 약 1000갤런의 물이 필요하다.
◆ 초콜릿
카카오 제품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되지 않으면 배출량이 높다. 초콜릿에 대한 전 세계적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많은 기업이 카카오 나무를 심기 위해 탄소 흡수원인 열대우림을 개간했다. 평균적으로 1kg의 카카오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공급되지 않을 때 대기 중으로 34kg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신규 생산자들은 열대우림을 개간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농장에서 카카오를 공급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열대우림연맹(Rainforest Alliance)과 같은 조직은 환경파괴 기업들을 축출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 양식 새우
크기는 작지만 양식 새우는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는 주로 양식장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토지 개발로 인해 발생한다.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에서 중요한 탄소 포집자인 맹그로브 나무는 해안을 따라 새우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파괴되었다. 이러한 환경적 영향은 너무 컸다. 100g 새우 칵테일 한 개가 휘발유 90리터를 태울 때와 동일한 이산화탄소 방출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커피
초콜릿과 마찬가지로 커피도 지속 가능하게 생산되지 않으면 커피 농장을 만들기 위해 수행되는 삼림 벌채로 인해 탄소 배출량을 높인다. 모닝 커피 한 잔을 위해 다양한 산림지가 대규모로 개간되었다. 최근 다행스러운 일은 커피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조달하고 농부들에게 공정한 임금을 지불하는 생산자에게 주어지는 인증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 팜유
팜유는 식용유, 피자 반죽부터 세척제, 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유연성 및 작물 당 상대적으로 높은 수확량으로 인해 팜유에 대한 수요는 지난 50년 동안 급증했다. 팜유 생산량은 1970년 200만 톤에서 2018년 7100만 톤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급격한 수요 변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적도를 따라 있는 많은 다양한 숲이 벌채되어 팜유 농장의 단일 재배가 이루어졌다.
다만 원료가 되는 야자나무를 사용할 경우 다른 식물보다 단위면적 당 기름 생산량이 훨씬 높기 때문에, 심한 산림 벌채를 방지할 수는 있다는 지적이다.
◆ 쌀
쌀이 기후 변화에 영향이 큰 이유는 재배 과정에서 메탄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쌀은 대개 침수된 들판에서 재배된다. 논에 채워진 물은 산소가 토양으로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고, 지하에 사는 박테리아들의 메탄 발생을 촉진한다.
메탄 발생을 막기 위해 논에서 물을 며칠 동안 빼는 등의 지속 가능한 벼농사 방법이 구현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 지속 가능한 쌀 플랫폼(Sustainable Rice Platform) 등의 정책이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되는 쌀을 인증하는 관행을 만들지만, 여전히 논 농사는 환경적으로 문제를 낳는다.
환경을 존중하는 농업은 생산 측면에서 혁신이 필요하지만, 수요자의 선택도 큰 몫을 한다. 탄소 배출이 낮은 식품으로의 식단 전환을 통해서다. 생산자나 정부 역시 탄소 발생을 줄이는 식량 정책으로 전환해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