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소셜 미디어(SNS) 사용자는 지난달 말 유럽 과학자들이 보고한 올 여름의 기록적인 최고 기온을 '폭염 사기'라고 불렀다. 별도의 게시물에서 또 다른 사용자는 건물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후 대응 정책을 '기후 공산주의'라고 언급했다. 지난 주말 현재 두 개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은 200만 회 이상 조회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황금 시간대 케이블 뉴스쇼의 일주일 평균 조회수보다 더 많은 것이다.
기후 위기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플랫폼으로 한 사이버 공간에는 기후 위기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가득 차 있다고 기후 대응 비영리기관 ICN(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이 지적했다.
기후 과학자들의 우려를 담은 게시글에 따르면 2023년 여름은 공식적으로 역사상 가장 더운 폭염을 기록했다고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했다. 올해의 역대 최고 더위는 전 세계 곳곳에 치명적인 기상 이변을 불러일으켰다. 역대급 더위는 전 세계 해수 온도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려 해양 생태계를 교란하고 수많은 해양 생물을 위험에 빠뜨렸다.
기후기관 클라이미트 센트럴(Climate Central)의 새로운 분석에 따르면 38억 명 이상, 즉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이 6월과 8월 사이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로 인해 극심한 더위를 경험했다. 영국은 올해 연일 무더위 신기록을 갈아치웠으며 미국의 여러 지역에도 연일 폭염 주의보가 내려졌다. 9월 들어서도 예년과는 다른 한여름 날씨다. 잔인한 폭염이 전력 공급망을 위협하고, 생명 유지와도 밀접한 수자원 시스템을 손상시키고 있다. 이에 따른 유지보수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농업 등 물 없이는 유지하지 못하는 산업 분야의 원가부담도 고통스럽다.
그러나 기후 변화 영향이 실시간 극명한 모습으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기후 변화에 대한 음모론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주장은 온라인에서 놀라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대중적인 토론을 혼란스럽게 하고 정치적 분열을 악화시키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의 최악의 결과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만 사회가 협력해 대처하면 재앙을 피할 수 있다. 이를 가짜 정보들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잘못된 기후 정보는 미국이나 영국 등 서구 국가뿐만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와 중국에서도 점점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허위 정보와 인권 유린에 맞서 싸우는 감시 단체 ‘전략적 대화 연구소(Institute of Strategic Dialogue)’의 기후 및 정책 책임자인 제니 킹은 카본브리프와의 인터뷰에서 “기후 부정주의가 실제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이는 현재의 음모론적 세계에 맞게 짜여진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을 믿지 말라’기보다는 ‘과학자들을 믿지 말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팩트 데이터에 기반하라는 의미다.
가짜 정보의 ‘음모론적인’ 요소는 또한 잘못된 정보에 맞서 싸우는 것을 예전보다 더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특히 기후 부문이 그렇다.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거는 충분히 제시된다. 그러나 가짜 정보 유포자들은 기후 모델링에 따른 증거를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실제로 일부 조사에서는 과학자, 전문가, 정부 관료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퓨(Pew)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29%만이 과학자들이 대중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답했다. 올 봄과 여름에 실시된 두 번의 다른 퓨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거의 3분의 1이 인간이 기후 변화를 일으킨다고 믿지 않았으며, 26%는 기후 변화는 환경의 자연적 패턴이라고 답했고, 또 다른 14%는 지구가 온난화되고 있다는 증거조차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퓨 연구는 또한 대부분의 미국인이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화석연료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 중 31%만이 화석연료 에너지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응답자들은 화석연료 사용의 불가피성을 인정했다.
허위 정보 연구자인 앨리슨 피셔는 “부정주의자들은 기후 회의론을 퍼뜨리는 것뿐 아니라 과학계에 대한 신뢰성까지 침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후 부정주의로 인해 11월 예정된 유엔 COP28(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 행사가 방해를 받고, 내년 미국 대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잘못된 기후 정보의 급증이 글로벌 기후 조치의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