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배터리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즉, 장치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이다. 그래야 수천 번 이상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충전할 수 있으며 한 번 충전으로 오래 지속된다. 지난 30년 동안은 리튬 이온 배터리가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 자동차(EV) 등에서 그 성능을 입증하며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배터리 연구개발자들은 수 년 전부터 리튬 이온의 한계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차세대 장거리 차량, eVTOL(전기수직이착뉵)이나 드론 등 전기 항공기가 시장에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리튬 이온보다 성능이 뛰어난 더 안전하고 저렴하며 강력한 배터리 시스템에 대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엔지니어 매튜 맥도웰(Matthew McDowell)이 이끄는 조지아공과대학교(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의 연구팀이 알루미늄 호일을 사용해 리튬보다 더 높은 에너지 밀도와 더 높은 안정성을 갖춘 배터리를 만들고 있다고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밝혔다.
조지아공대의 연구 성과는 네이처커뮤니케이션에도 게재됐다. NSF 홈페이지에 소개된 연구팀의 새로운 배터리 시스템은 한 번의 충전으로 전기 자동차를 더 오래 주행할 수 있게 하고, 제조 비용은 저렴하면서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NSF의 지원 아래 이루어진 것으로, 연구를 진행한 조지아 공대 전자 나노기술 연구소는 국립 나노기술 인프라(National Nanotechnology Coordinated Infrastructure)의 회원이기도 하다.
맥도웰은 "연구팀은 전기차가 한 번 충전으로 더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더 높은 에너지 밀도의 배터리를 모색해 왔다“면서 "알루미늄을 배터리 소재로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알루미늄이 비용 효율적이고 재활용성이 뛰어나며 작업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에 사용할 경우, 알루미늄은 리튬이 재료 안팎으로 이동하면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고, 몇 차례의 충전-방전이 반복되면서 파손되고 실패한다. 이 때문에 개발자들은 알루미늄이 실용적인 배터리 소재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고, 알루미늄 배터리 아이디어는 그 동안 대부분 폐기됐다.
그런데 전고체 배터리가 등장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리튬 이온 배터리에는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가연성 액체가 포함돼 있는 반면, 전고체 배터리에는 인화성이 없고 안전할 수 있는 고체 물질로 만들어져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또한 새로운 고성능 활성 물질의 통합을 가능하게 한다.
연구팀은 알루미늄에 소량의 다른 물질을 추가해 특정한 ‘미세 구조’ 또는 ‘다양한 물질의 배열’ 가진’ 호일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배터리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100개 이상의 다양한 물질들을 테스트했다.
알루미늄 양극은 기존의 양극 재료보다 더 많은 리튬을 저장할 수 있고, 따라서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연구진은 결국 리튬 이온 배터리를 능가할 수 있는, 성능이 뛰어난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맥도웰은 “알루미늄 양극의 장점 중 하나는 성능 향상이 가능하고 매우 비용 효율적이라는 점”이라며 "포일을 배터리 부품으로 직접 사용하면 배터리 재료를 생산하는 데 일반적으로 필요한 많은 제조 단계가 실제로 생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거리 전기 항공기는 여러 회사에서 개발 중이지만 한계 요소는 배터리다. 오늘날의 배터리는 항공기가 240km 이상을 비행하기 어렵다. 더 강력한 배터리가 필요하며, 알루미늄 배터리는 보다 강력한 대체재가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