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양조회사 라데가스트, 공기 속 수분 채취한 물로 맥주 제조

* 사진=라데가스트
* 사진=라데가스트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 경제 활동이 최우선의 가치를 차지하는 나라는 국민들의 발명 아이디어도 산업화 쪽에 초점이 맞춰진다. 한국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유럽은 좀 다르다. 휴식과 함께 디지털 문화를 즐기는 다용도 공원 벤치, 전기료를 깍아 주는 발코니용 태양광 발전, 자연친화적이면서 구조적으로 튼튼한 학교 교실 등 문화적인 측면이 강하고 생활 편리성을 높이는 동시에 공동체적인 가치를 만족시키는 쪽으로 머리를 굴린다. 

비교적 최근부터 기후 변화로 인한 기상 재해로 인식되는 폭염과 고온, 가뭄에 대한 우려 및 이에 따른 물 문제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공기 중에서 수분을 채취해 이를 물로 전환하고, 이 물로 맥주를 만든 사례가 보고돼 주목받고 있다. 

유럽 역시 수년 전부터 가뭄이 빈발하고 산불이 잇따르는 등 주민들이 거주하는 도시와 문화를 파괴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이 심각하다. 포르투갈이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린 이유도 오랜 세월 에너지를 공급해온 수력발전이 가뭄으로 난관에 부닥친 때문이다. 체코가 이번에는 지표수나 지하수를 사용하지 않고 맥주 제조법을 개발하는 기술을 상용화했다고 유럽 소식을 알리는 포털 더메이어EU가 전했다. 

체코 모라비아 지역에서 가장 지명도가 높은 맥주 양조장인 라데가스트(Radegast)는 최근 공기 중에 있는 미량의 수분을 수집해 맥주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회사는 이 맥주 브랜드를 라데가스트 퓨처(Radegast Futur)로 정했는데, 회사 측은 이 기술을 활용하게 된 배경으로 중앙 유럽 국가의 물 부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라데가스트 퓨처 맥주는 쓴 맛이 강한 라거 종류이며 한정판으로 200리터만 양조됐다. 이 맥주는 지역의 특별 행사에 공급됐다고 한다. 

한편 공기 중의 물을 수확하는 기술은 토종 체코 회사 카복스(Karbox)가 개발한 것으로 EWA(Emergency Water from Air)라고 불린다. 개발된 장치의 원래 목적은 공기 중 수분을 추출해 세계의 건조한 지역에 하루 최대 30리터의 식수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다 온화하거나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기계가 하루에 최대 50~70리터까지 물을 추출할 수 있다.

라데가스트 양조장 역시 환경적으로 책임 있는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세계 기업들이 주창하는 ESG 경영인 셈이다. 라데가스트는 양조 공장의 입장에서 사회공헌 방법을 생각했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미래에 점점 더 가치가 높아질 물 자원을 절약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평균적으로 맥주 1리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4.5리터의 물을 사용한다. 그런데 체코 양조장은 일반적으로 약 3.5리터를 사용하고 있다. 물 사용 면에서는 대단히 효율적인 셈이다.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체코가 이미 선두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코 극동지역의 노쇼비체 마을에 본사를 둔 라데가스트 양조장은 체코 평균보다 훨씬 더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라데가스트는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맥주 1헥토리터당 물 소비율이 가장 낮은 곳 중 하나다. 1리터를 만드는 데 2.29리터의 물만 사용된다. 세계 평균치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그러나 공기 중에서 물을 채취해 맥주를 생산하는 기술이 지속 가능한 제조업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맥주 생산을 위한 물 소비량이 적은 것은 유리한 점이지만 물을 생산하는 비용이 별도로 추가되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너무 높아진다. 특별한 행사나 캠페인, 홍보 용도로서는 좋은 소재이지만, 대중에게 대량으로 공급하는 비즈니스 모델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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