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 이후 지역은행들 상업용 부동산 대출 꺼려
그림자금융, 기회 모색...IMF는 상업용 부동산 부실 경고

미국 은행권이 위험 관리를 위해 상업용 부동산 대출(CRE)에서 물러나는 추세 속에서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 이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그림자 금융은 은행과 달리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 비은행 금융기관, 혹은 이런 금융기관에서 취급하는 비은행 금융 상품을 통칭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지역은행들은 은행이 취급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뱅크(SVB) 등 미 지역 은행 위기로 촉발된 혼란, 부실 자산에 대한 대출 채무불이행 증가세 속에서 작은 규모의 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축소하고 있다.
향후 3년간 약 1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미 상업용 부동산 부채 만기가 돌아온다. 은행들은 이를 재융자하거나 해야 하는데 지역 은행들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미국 등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과대평가됐다며 폭락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총 자산 2500만달러 미만의 중소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4분의 3에 달한다며 "상당한 조정 위험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팔라디우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매니시 샤 수석 관리 이사는 "지역 은행들은 상업적인 부동산에 따른 영향이 크며, (대출)지속 기간 위험, 경제 불확실성, 신디케이션 유동성 감소 등 수많은 이유로 대출을 철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소유자들의 또 다른 주요 유동성 공급원, 즉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채권 시장도 고갈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상업용 모기지 채권 발행은 전년 대비 약 82% 감소했다.
이런 공백은 그림자 금융 대출이 이를 메울 여지를 만든다.
리퀴드 크레딧 스트래티지스 및 칼라일 크레딧 오퍼튜너티즈를 이끌고 있는 알렉산더 포포브에 따르면, 칼라일은 다년간 구조적 변화를 꾀해 왔는데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뿐 아니라 주거용 다세대 자산에도 15억달러 이상을 배치했다. 그는 "이런 산업에서 자본의 필요성은 전반적인 신용 시장 변화와 함께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그림자 금융이 은행의 기업 대출 사업의 상당 부분을 잠식해 왔고 점점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는 소비자 대출이나 항공기 대출 같은 것을 주로 했다면 SVB 파산 이후 예금이 줄줄이 유출되면서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손을 떼자 이 부분을 공략하고 있다.
헤지펀드 엘링턴 매니지먼트 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더 높은 스프레드로 민간 자본(그림자 금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