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과 미국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극동과 라틴 아메리카, 심지어는 중동과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국가들이 스마트시티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100개 이상의 스마트시티를 건설한다고 물량 공세를 편다. 스마트시티의 개념 정립은 10년을 훌쩍 넘어서지만 범세계적인 실질적 구축의 시작은 그리 오래지 않다. 이제는 전 세계적인 어젠다이자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스마트시티 구축에서 예외인 도시가 있다. 바로 캐나다 토론토다. 스마트시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과 반대로 토론토는 스마트시티의 유행에서 한 발짝 물러나 커뮤니티에 대한 기여 차원에서 이를 재평가하고 있다. MIT에서 토론토의 스마트시티를 평가한 보고서를 발표한 후 ‘스마트시티에 부정적인 토론토의 이야기’는 특이한 사례로 스마트시티월드 및 다이브, 아크데일리 등 다수의 언론 매체에 소개됐다.
글로벌 파이낸스(Global Finance)의 2022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순위에서 토론토는 15위에 랭크됐다. 그런 토론토가 구글 산하 사이드워크랩(Sidewalk Labs)이 주도했던 퀘이사이드(Quayside)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무산 이후 더욱 보수적인 경향으로 돌아섰다. 아예 “스마트시티 건설을 영원히 중단할 것"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아크데일리가 MIT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토론토 시정부는 퀘이사이드 프로젝트 이후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기술 중심 환경에서 살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고, 답은 기술 중심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 데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2019년 사이드워크랩은 스뇌헤타(Snøhetta)와 헤더윅 스튜디오(Heatherwick Studio)가 설계한 토론토의 퀘이사이드 지역 개발 렌더링을 발표했다. 퀘이사이드에 대한 계획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사무실, 상가 및 거주지를 결합해 서로 연결된 스마트시티를 건설한다는 거창한 설계안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물리적, 디지털 및 정책 혁신을 통합해 경제성, 지속 가능성 및 삶의 질을 높이고, 12개의 목재 타워를 통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도록 설정됐다. 고층 목조 구조는 이웃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듈식 부품 키트로 제작된다.
그러나 2020년 5월 CEO였던 대니얼 닥터로프는 코로나19로 인해 퀘이사이드 프로젝트는 더 이상 실행할 수 없게 됐다고 선언했다. 백기를 들었던 것이다. 이 지역의 스마트시티 개발을 담당했던 정부기관인 워터프론트 토론토(Waterfront Toronto)는 원래 190에이커 면적의 프로젝트를 12에이커로 제한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은 프로젝트 자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사이드워크랩이 스마트시티 정책의 일부로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불거져 나왔던 것이다.
캐리 제이콥스가 집필한 MIT의 테크리뷰(Technology Review)에서 사이드워크랩 프로젝트는 재삼 상세히 설명되고 있다. 퀘이사이드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는 특히 관용이 거의 없는 캐나다와 같은 국가에서 건축적 또는 도시적 측면이 아니라 프라이버시의 침해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 공공 거리, 교통 및 일상 활동에서 민간 개인 부문의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권리 침해였다.
구축된 환경의 미래는 주민들의 일상을 개선해야 한다. 그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시티의 미래와 전 세계적인 확산은 불확실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모든 사람이 도보 또는 자전거로 15분 이내의 거리에 직장, 학교, 상업 시설, 레크리에이션에 접근할 수 있는 ‘15분짜리 도시’가 유타, 파리, 밀라노에서 계획되고 있다. 이들은 보행자 친화적인 도시를 꿈꾼다. 반면 최고의 기술을 도시 개선의 답으로 설정하는 스마트시티도 있다. 어느 쪽이든 구조적 도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 장소에 이미 존재하는 불평등을 높일 수 있다.
퀘이사이드 프로젝트 대신, 이 지역을 저렴한 주택, 유대가 강한 주민 커뮤니티로 개발하기 위한 개발이 진행된다. 이를 위한 컨소시엄도 만들어졌다. 공간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토론토 해안가의 4.9헥타르 부지 설계로 800개 이상의 저렴한 주택, 8000제곱미터의 숲이 우거진 녹지 공간, 도시 농장, 예술 공연장 및 유연한 교육 공간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토론토의 워터프론트 지역 사람들은 알까? 새로 만들어지는 주민 친화적인 터전 건설 자체가 스마트시티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