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툴사시(사진: 게티이미지)
◇미국 툴사시 전경(사진: 게티이미지)

코로나19로 원격근무가 정착하면서 도시에 요구되는 기능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도시 경제의 디지털화와 원격과 사무실 작업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위해서는 도시의 인프라 변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어젠다를 발표했다.

어젠다는 현재 상황에서 도시 성공의 열쇠는 두 가지 요소로 진단했다. 하나는 기업, 통근자, 소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기분 좋은 거주 환경과 혁신, 체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기관과 기업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을 풍부하게 하는 쾌적한 시설 등으로 주민이 이끄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격근무를 위해 근로자들은 보다 저렴하고 넓은 공간을 추구하면서 교외로 빠져나갔다. 도시에서 대량의 인구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PwC는 지난주, 직원이 원하면 영속적으로 원격근무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메타(구 페이스북)나 트위터 등 여러 기술기업에 이은 가장 최신의 사례다.

사실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도시지역의 이주 패턴은 일률적이지 않고, 코로나19에 의한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몇몇 대도시는 더 거대하게 바뀔 수도 있고, 소도시 중에는 새로운 원격근무자를 유치하는 곳도 있다. 인구가 감소하는 곳도 많을 것이다.

어젠다는 확실한 것은 급여생활자들이 근무 형태를 강하게 의식하게 되고, 삶의 질을 중시하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미국에서는 1억 6000만 명의 노동자 중 4분의 1이 완전한 원격근무를 장기적으로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업무의 대부분이 원격근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도시계획자나 리더들이 어떻게 도시 인프라를 정비하고, 사업자금을 조달하며, 주민들을 끌어들이고, 관심을 끌 수 있는가 하는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북미 이외의 대륙에서는 이주의 패턴이 다르다. 도시화율이 거의 80%에 이르는 유럽이나 중남미 국가에서는 재택근무나 하이브리드 근무의 비율이 높아졌다. 다만 토지 이용, 인프라, 기술양식은 지역에 특화되기 때문에 국가에 따라 달라진다. 중국, 인도, 아세안, 중동에서는 생산 공장이 많아 사업 부문이나 업무가 밀집하는 경향이 있어 도시화율이 계속 가속화하고 변화는 비교적 적을 것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직업에 따라 제자리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 도시 지도자들은 주민의 새로운 우선 사항에 맞춰 커뮤니티를 적응시킬 필요가 있다.

최대의 과제는 인프라의 역할을 재고하는 것이다. 원격근무에 대응해 사무실 공간 사용을 바꿀 필요가 있다. 사무실은 브랜드 구축, 창조적인 협업, 교육 등으로 재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사무실에서 할 일과 자택이나 도시의 공유 공간에서 할 일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도시 개발은 행사 공간, 식당, 체육관 등의 시설과 사무실 공간을 융합해 상업 지역과 주택 지역이 서로 보완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도시는 공유 공간을 사용하는 방법을 재고하고, 다용도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젠다는 디지털 인프라를 강화하고 새로운 디지털 경제에 대응하기 위해 물류 수송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도시 경쟁 우위의 핵심은 유연성이다. 사무실과 도시의 생활 방식이 변화므로 정부는 재원 부족의 위기에서도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재고해야 한다는 어젠다의 지적이다.

도시로선 새로운 수입원을 확보하는 것이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시 정부는 원격지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고용세를 부과하거나 새로운 수입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운전자에게 교통 유발 부담금을 부과하거나 일반 도로에서의 갓길 주차, 디지털 거래세를 부과하는 등의 방안이다.

디지털에 관한 과제는 이전부터 모든 도시에서 다루어져 왔다. 과거의 도시는 효율화와 최적화가 중요했지만, 현재는 하이브리드 근로자를 지원하는 것이 도시의 경제발전 전략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디지털 가치와 삶의 질이 근로자들이 이주할 곳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끼리 협력하고 서로에게 유리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근로자에게 복수의 근무지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도시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제 도시에서 중요한 것은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원격근무자나 하이브리드 근로자를 끌어들이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적절한 디지털 인프라 투자와 함께, 매력적인 생활의 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주민이 스스로 이주할 도시를 선택하게 된 지금, 시 정부는 독자적인 파트너십, 혁신적인 기술, 그리고 포용적인 행정 서비스 제공을 우선해야 하고, 주민으로부터 선택받는 도시를 지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어젠다는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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