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1위 고려아연 이끈 최 명예회장, 숙환으로 향년 84세 타계
- MBK-영풍, 최윤범 회장 측에 지분 우위 점하며 경영권 분쟁 격화
- 창업 동맹 해체 수순 밟나…국민연금 등 중립 지분 향방이 최대 변수

 * 기술 경영의 상징, 최창걸 명예회장의 영면
 * 기술 경영의 상징, 최창걸 명예회장의 영면

|스마트투데이=한민형 기자| 고려아연을 비철금속 제련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키워낸 최창걸 명예회장이 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최 명예회장은 고(故) 최기호 창업주의 장남으로 1974년 고려아연 창립에 참여한 이래 30여 년간 '기술 중심 경영'을 고수하며 오늘날의 글로벌 경쟁력을 다졌다. 국제금융공사(IFC) 자금 유치와 선진 기술 도입 등을 통해 고려아연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련 시장의 벤치마크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인의 타계는 단순한 기업인의 죽음을 넘어,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영풍기업사’로 시작한 75년 동업 관계의 해체를 더욱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MBK 개입으로 격화된 동업의 균열

최근 몇 년간 수면 위로 떠오른 영풍-고려아연 간의 경영권 분쟁은 창업주 3세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022년 취임 후 2차전지 소재, 신재생 에너지 등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장씨 일가(영풍 측)와의 갈등이 심화됐다. 최 회장 측의 외부 기업과의 협업 및 유상증자 가능성은 장씨 가문의 지분 희석 우려를 낳았다.

갈등은 2024년 9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본격화됐다. MBK와 영풍 연합은 당시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38.47%까지 끌어올리며, 최윤범 회장 측 우호 지분(약 36.49%)을 넘어섰다. 고려아연은 이를 "적대적·약탈적 M&A"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향후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되었다.

‘공동 창업’ 시대의 종언…지배구조 재편 임박

이번 분쟁은 단순한 지분 경쟁을 넘어, 반세기 넘게 이어진 '장씨(영풍) 소유, 최씨(고려아연) 경영'의 독특한 공동 경영 체제가 막을 내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이 매입한 자사주(최대 17.5%)는 의결권이 없어 경영권 방어에 한계가 명확한 가운데, 국민연금(7.57%) 등 중립 지분의 향방과 외부 투자자(백기사)의 개입 가능성이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 명예회장의 별세는 기술로 세계 1위를 일군 한 시대의 마침표이자, 고려아연의 새로운 지배구조 재편을 알리는 서막이 될 것이라는 산업계의 평가다.

최 명예회장의 장례는 7일부터 4일간 회사장으로 치러지며, 영결식은 10일 오전 8시 고려아연 본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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