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에셋 PB위한 핵심상품 리스트 대부분이 계열사 ETF뿐
- 현행법상 법적 문제 없다지만 이해상충 이슈 불거질 수 있어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미래에셋증권의 프라이빗뱅커(Private Banker)들이 계열사가 운용하는 ETF에 상대적으로 더 힘을 싣는 방식(이른바 '몰빵')으로 ETF의 거래량을 키웠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의 고위 임원급 관계자는 “미래에셋그룹에는 ‘핵심상품 리스트’가 있는데, 여기에 올라간 ETF를 팔면 PB의 KPI 점수가 일반 ETF 판매 시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더 높게 반영된다”고 전했다.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는 조직이나 개인이 세운 목표를 얼마나 잘 달성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이고 측정 가능한 수치로 평가하는 지표다. 금융권에서는 KPI 점수에 따라 성과급 규모가 달라질 정도로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미래에셋그룹의 PB들이 참고하는 이 핵심상품 리스트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만들어진다”며 “리스트는 해당 상품의 성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략 100개 남짓으로 구성된 리스트”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 리스트가 대부분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ETF와 글로벌X의 Global X ETF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에게 추천하면 좋을 상품을 모은다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결국 PB에게 계열사 ETF를 우선적으로 매수하라는 암묵적 시그널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시말해 고객 수익보다는 해당 PB의 더 높은 보수를 위해 계열 ETF를 몰빵 투자한다는 쓴소리이다.
“지점운용형 랩에서 TIGER ETF 집중 매수”
미래에셋증권의 지점 PB들도 KPI를 더 잘 받기 위해 자신들이 운용하는 지점운용형 랩(Wrap Account)를 통해 계열 운용사 상품인 TIGER ETF를 집중적으로 매수해오고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특히 그룹 회장이 선호하는 ETF에 지점의 랩 자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이에 해당하는 ETF로 TIGER 글로벌혁신블루칩TOP10과 TIGER 토탈월드스탁액티브를 언급했다.
TIGER 글로벌혁신블루칩TOP10은 2023년 8월29일 상장됐다. 그리고 상장 당일 이 ETF의 개인 순매수 규모는 178억 원으로 집계됐다. 당시 국내에 상장된 해외 투자 ETF의 상장 당일 개인 순매수 대금 중에는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TIGER 토탈월드스탁액티브는 2025년 6월24일에 상장됐는데, 상장 당일 개인 순매수는 116억 원에 달했다. 지난달 28일 해당 ETF의 순자산 규모가 1000억 원을 돌파했다. 한 달여 만에 1천억원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것이다.
상반기 말(6월30일) 기준 지점운용형 랩의 규모는 9조 6793억 원에 달한다. 본사운용형 랩까지 합한 전체 랩 중 11.10%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 시장에서 단연 점유율이 높은 곳이 미래에셋증권이다.
1분기 말 미래에셋증권의 지점운용형 랩 잔고는 3조 7000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삼성증권의 6000억 원과 한국투자증권의 5500억 원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때문에 미래에셋증권 지점의 계열사 ETF 밀어주기는 상당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금투업규정, 계열 금융상품 비중 25%이내 제한.."이해상충 우려 불거질 수도"
이러한 ETF 영업 방식은 위법은 아니지만, 일임형 투자에 있어 이해상충 이슈는 분명 존재할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규정은 투자중개업자, 투자일임업자, 집합투자업자 등 금융투자회사가 계열회사 또는 특정관계인이 발행하거나 운용하는 금융투자상품(펀드, DLS, 신탁 등)을 연간 전체 판매금액의 25% 이내 범위에서만 취급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ETF와 같은 집합투자증권을 투자일임재산(랩 등)에 편입할 때는 예외다. 이러한 예외는 ETF와 같은 집합투자증권이 다양한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특성, 즉 편입상품 자체가 이미 여러 자산의 집합이기 때문에 이해상충·집중 위험이 제한적으로 인정된다는 점에서 허용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의 소지는 있다. 지점의 PB는 고객의 자산을 운용함에 있어 결정권을 갖는다. 그리고 PB는 업무 수행 시 투자자의 이익을 해치면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자기와 제3자는 각각 PB 본인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될 수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편입이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해서 고객 이익을 도외시하고 계열사 상품을 우선 편입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PB가 자신들의 성과를 위해 특정 상품을 밀어붙인다면 이는 명백한 이해상충”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