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이재수 기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탄소 저감과 공기 단축, 현장 인력난 해소 등으로 주목받으며 ‘미래 친환경 건축기술’로 각광받던 모듈러 주택사업이 대형 건설사들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자회사를 매각하며, 사업성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간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5월 자회사 포스코A&C의 모듈러 사업부문을 모듈러 전문기업 유창E&C에 매각했다. 포스코A&C는 2012년 청담 MUTO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국내 최초 모듈러 공동주택 분야에서 실적을 쌓아온 선도 기업으로, 이번 매각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결정으로 평가된다. 모듈러 시장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면서, 포스코이앤씨가 미래 성장성보다는 당장의 수익성 회복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GS건설은 최근 영국에 본사를 둔 모듈러 자회사 '엘리먼츠(Elements)' 청산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먼츠는 2020년 인수 당시 허윤홍 사장(당시 신사업부문 사장)이 직접 인수과정을 진두지휘 할 정도로 공을 들인 곳이다. 하지만 수익성 악화가 발목을 잡았다. 실제 엘리먼츠는 2022년까지만 해도 당기순손실이 20억원 수준이었지만, 2023년 259억원, 2024년 446억원으로 손실이 불어났다. 올해 1분기 손실규모는 472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손실 규모를 넘어섰다. 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급등이 수익성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의 모듈러 자회사인 코오롱이앤씨도 계속되는 적자에 사업 지속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이앤씨의 1분기 매출은 68억6100만원으로, 전분기 431억원 대비 84% 가까이 감소했다. 영업 부진은 수익성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2025년 1분기 순손실은 23억400만원으로, 전분기(–12억3000만원)보다 손실폭이 확대됐다. 2021년 코로나 발병 초기 모듈러공법으로 음압병동을 공급하며 반짝 주목을 받았지만 계속되는 수익성 악화에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올해 1분기 부채는 278억8100만원으로 자산 230억8800만원을 초과했다.
◇ 공기 단축·친환경 장점…고비용·운송 부담 등 한계
모듈러 공법은 벽체, 욕실, 배관 등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기존 철근 콘크리트 대비 공사기간을 최대 60%까지 단축할 수 있다 또한 소음·분진·폐기물 감소는 물론 현장 안전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어 건설업계의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특히 2023년 현대엔지니어링이 준공한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13층, 106가구)은 모듈러 공법의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통상 2년 이상 소요되는 공사기간을 1년 1개월로 줄이고, 건축법에 따라 13층 이상 건물은 3시간 이상의 내화 기준을 신소재, 정밀시공기법 등 기술혁신 등으로 극복했다.
하지만 모듈러 공법은 발주 프로젝트가 많지 않아 비용 효율성 문제가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발주 프로젝트가 많지 않아 생산 단가 절감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발주 물량이 적다 보니 대량 생산이 어려워 생산비 절감효가가 크지 않고, 제작된 모듈을 현장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물류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완성된 모듈을 운반하기 위해 특수 운송장비와 대형 크레인이 필요해, 기존의 콘크리트 공법에 비해 물류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시장 잠재력 커… 해외진출·기술고도화 집중

이런 가운데서도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모듈러 기술의 미래 가능성을 보고 해외 진출 및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GS건설은 자이 아파트에 모듈러 건축 전문 자회사인 자이가이스트(XiGEIST)와 함께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부대시설을 선보이고 있다. GS건설은 이 같은 ‘탈현장 건설 전략’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초에는 인천 강화도에서 철골 모듈러 아파트를 선보였고, 충남 아산 GPC공장에서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방식의 샘플하우스를 실증했다.
삼성물산은 건축사업본부 아래 모듈러팀을 두고 모듈러 주택사업 진출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2023년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 현장 관리감독자들을 위한 전용숙소를 모듈러 공법으로 공급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와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국제유가 하락과 사우디 정부 재정부담으로 현재는 진행이 멈춰있는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 규모인 지상 2층, 약 400㎡ 규모의 모듈러 건축 시험장을 선보이며 모듈러 건축 공법 확대에 나섰다. 이 곳에서는 설계단계부터 제작·운송·설치까지 모듈러 건축의 전 과정을 수행하면서 관련 기술들을 평가하고 성능 검증을 진행한다.
건설업계는 향후 모듈러 시장이 5년 내 1조~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듈러 주택이 ‘수익성’과 ‘미래성장성’ 사이에서 어떤 방식으로 재편될 지 기로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