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브리즈번에서 ABAC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왼편에 엘리자베스 워드 호주 APEC 대사.(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호주 브리즈번에서 ABAC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왼편에 엘리자베스 워드 호주 APEC 대사.(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스마트투데이=이재수 기자|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ABAC(기업인자문위원회) 의장직을 맡은 조현상 HS그룹 부회장이 국내에서는 사법 리스크와 노사갈등의 '이중위기'로 흔들리고 있다.

조 부회장은 APEC 주최국을 대표하는 ABAC(기업인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아 민간 외교를 총괄하는 중책을 수행해야 하지만 김건희특검팀의 소환조사와 자신이 실질적 지배권을 가진 수입차 딜러사의 노사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안팎에서 동시에 불거진 이중 위기를 동시에 돌파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ABAC 의장은 APEC 정상들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각국 경제계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사실상 ‘민간 외교 수장’이다. 단순한 기업 홍보를 넘어 국가 경제 외교의 민간 채널을 이끄는 자리로서, 총수 개인의 리더십과 도덕성이 국격과 직결되는 위치다. 특히 올해는 한국이 의장국을 맡아, 조 부회장은 ABAC 전체 회의를 주재하고 아젠다를 조율하며 APEC 정상회의 때 각국 정상을 직접 만나 민간기업의 입장을 대표로 전달해야 한다. 과거 ABAC 의장이 강조한 내용은 APEC 선언문에 반영되기도 한다.

그러나 글로벌 외교무대의 수장이라는 상징성과는 달리, 조 부회장을 둘러싼 국내 상황은 점차 꼬이고 있다.

◇ 김건희 특검 소환 불응?…“일정 조율 중”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이른바 ‘집사 게이트’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은 조현상 부회장에게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특검은 당초 7월 17일 소환을 계획했지만, 조 부회장은 베트남 하이퐁에서 열린 ABAC 3차 회의 참석을 이유로 일정을 연기했고, 21일로 재조율된 소환조사에도 불출석했다.

HS효성 관계자는"조 부회장이 의장으로서 ABAC 3차 회의를 주관하고 APEC 공식 초청장 전달 및 글로벌 인사들의 참여 촉구 등의 일정을 소화하느라 특검 소환일정을 맞추지 못했다"며 "특검과 소환일정을 조정중이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이 주목하고 있는'집사 게이트'는 김건희 여사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김예성 씨가 설립에 관여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를 통해 대기업과 금융·투자사로부터 184억 원의 투자금을 받아 46억 원을 취득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IMS모빌리티는 누적 손실금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자본잠식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형사 사건과 오너리스크에 휘말린 기업들이 김 여사에게 청탁하기 위한 목적으로 IMS모빌리티에 자금을 우회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배경이다. HS효성의 자동차 관련 계열사들도 35억 원을 IMS모빌리티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다.

◇ 신성자동차 노사갈등…노조 “1년간 24명 해고” 주장

사진제공=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신성자동차회
사진제공=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신성자동차회

조 부회장이 실질적 지배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사 신성자동차㈜는 현재 심각한 노사갈등에 휘말려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신성자동차지회에 따르면, 2024년 4월 노조 결성 이후 1년간 조합원 24명이 해고되거나 퇴사 압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7명은 공식 해고, 7명은 사실상 강제 퇴사에 해당한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올해 3월과 6월 두 차례 판정(사건번호 전남2025부노1, 2025부노31)을 통해, 회사 측의 당직배제 및 해고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원직복직을 명령했다.

그러나 회사는 7월 11일 조합원 4명을 추가 해고하면서 판정을 사실상 무시했다. 특히 대표이사에 대한 성추행 고소건도 1년째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고 있으며, 피해자는 모두 해고된 반면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는 여전히 재직 중이라는 사실이 추가 논란을 키우고 있다.

노조는 조현상 부회장이 단순한 그룹 총수가 아니라 신성자동차의 실질적 의사결정자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성자동차 최대주주는 지분 42.86%를 보유한 ㈜에이에스씨로, 해당 법인은 조현상 부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다.

노조는 “노동위원회가 부당노동행위를 명확히 판정했음에도 조 부회장은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며 “경영 리더십을 논하려면 노동현장의 고통부터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부당해고 철회 및 조합원 복직, △성추행 및 폭행 혐의 관리자 퇴출, △조현상 부회장과 직접 대화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최근엔 독일 Mercedes-Benz 본사와 한국지사에 공급망실사법(LkSG)에 따른 인권침해 신고도 접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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