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실기업에 대한 자기책임원칙 적용을 또다시 언급했다.
이 원장이 지난달 13일 자기책임원칙을 입에 올린 뒤 보름만에 시공능력 16위 태영건설이 부동산 PF 고비를 넘지 못하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올해 우선은 부실 부동산 PF 솎아내기 작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장은 1일 '2024년 금감원 시무식'에 참석해 "한 해를 무사히 보낸 안도감을 뒤로하고 금감원은 또 다시 불확실성의 한가운데에 서있다"며 "올해 대외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중국 경제 둔화 등의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과도한 가계·기업 부채와 부동산 경기 리스크 등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올해 금융감독방향과 관련해 "금융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금융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며 특히 "부실기업에 대해 자기책임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되 질서있는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유도함으로써 금융시장 안정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12일 '금융감독원장-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이후 "(이른바) 옥으로 판명되는 사업장이라든가 회사에 대해서는 유동성 공급이 잘 지원될 수 있도록 협력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규제 완화 등 조치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사업성이 미비한 사업장이나 재무적 영속성에 문제가 있는 건설사·금융사의 경우에는 시장원칙에 따라 적절한 조정·정리, 자구노력, 손실부담 등을 전제로 한 자기 책임 원칙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당국의 부동산 PF 부실 정리 진행으로 해석됐는데 태영건설이 그 첫 대상이 됐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오다 지난달 28일 경영 정상화를 위크아웃을 신청했다.
이 원장이 울해 감독 방향에서도 부실기업에 대한 자기책임원칙의 엄격한 적용을 언급한 만큼 제2, 제3의 태영건설이 발생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원장은 이와 함께 "금융시장 리스크의 전이·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컨틴전시 플랜을 개편하고 시스템리스크 예방에 전력을 다하는 동시에 금융회사의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해 위기대응능력을 확보하겠다"며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하고 차주의 상환능력을 감안한 여신심사 관행을 정착시키는 등 가계부채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또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해 신뢰받는 금융시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래 상위 IB에 대한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 전산관리 시스템 도입 등 공매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동시에 정치 테마주, 사기적 부정거래와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엄단해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자본시장이 되도록 정비하겠다"며 "CEO 승계, 이사회 운영현황 등에 관한 내부규범의 적정성을 점검해 건전한 지배구조가 정착되도록 하고 금융회사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확보해 금융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장기간 누적된 고금리 영향으로 대내외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잠재된 부실 위험이 가시화되는 등 올해도 경제여건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실물경제 지원과 국민 재산형성 기여라는 금융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금융산업의 내실을 강화해 어려움 속에서도 순항하는 2024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