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올해는 2015년에 합의되어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합의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이다. 유엔은 자체 임명한 독립 과학자 그룹을 통해 현재까지의 SDGs 진행 상황을 평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보고서를 만들어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는 네이처지 온라인 판에도 실렸다.
평가 결과 전 세계는 17개 SDG 목표 가운데 어느 하나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에 오르지 못했고, 상황에 따라 더 악화될 가능성마저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게시글에 따르면 현재까지의 진행 속도로는 2030년까지 세계는 빈곤 퇴치, 기아 종식, 모두를 위한 양질의 교육 제공 등 SDGs의 핵심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다. 오히려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전 세계에서 5억 7500만 명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6억 명이 기아에 직면하며, 8400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여름 추세로 볼 때 평균 지구 온도는 예상을 벗어나 크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리 기후 협약에서 정한 섭씨 1.5도 억제라는 안전한 가드레일을 초과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그리고 현재 속도로는 성평등을 달성하는 데는 300년이 걸릴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번에 발표된 글로벌 지속가능발전 보고서(GSDR)는 따라서 글로벌 리더들이 난관을 돌파하고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해 더 빠르고 공격적으로 행동해야할 것이라고 권고한다. 4년마다 발표되는 평가 보고서에는 지역 전반의 관점을 수집하고 여러 분야의 과학적 증거를 종합하기 위한 글로벌 협의가 포함됐다. 이번 보고서는 복지와 경제, 식량 안보, 에너지, 도시 및 천연자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104명의 연구자에 의해 평가를 받았다.
GSDR에서 검토된 36개 SDG 목표 가운데 2023년 현재 모바일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 및 인터넷 사용에 대한 접근만 목표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4개 목표는 현재보다 노력을 배가하면 달성 가능한 수준의 진전을 보였다. 그러나 빈곤, 안전한 식수, 생태계 보존 등을 포함해 12개 과제는 진전이 제한되거나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 화석연료 이용 감축, 불법 구금, 경제 성장, 백신 평등, 지속 가능한 어업 및 식량 안보 강화, 생물 종의 위기 방지 등 8개 목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됐다.
SDGs 달성을 위한 정부 및 기업의 약속이나 대중의 인식 제고 등 몇 가지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이들은 구체적인 효과로 나타나지 못했다. 지금까지 제도와 법률에 큰 변화는 없었으며, 투자 및 자원 환경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아동 사망률 감소, 성평등 목표 개선 등 과거에 이루어졌던 미미한 진전마저도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둔화되거나 역전됐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적, 지정학적 위기가 한몫했지만,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대체로 정부의 활동이 없었던 데 따른 직접적인 결과였다. 재정 자원이 부족하고 행정 역량이 취약하여 많은 국가에서 발전을 방해하고 있었다.
정교한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촉진되는 뿌리 깊은 습관과 생활양식으로 인해 지속 가능한 식단이나 교통 및 소비 패턴으로 전환하기가 어려웠다. 화석연료 인프라에 대한 기존의 투자는 기득권층의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기후 조치를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만들었다.
보고서는 그렇다고 해서 달성 기한을 10~20년 뒤로 늦추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진도를 추적하는 모델 예측에 따르면 세계는 2050년까지 어떤 SDGs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오로지 노력을 두 배로 늘리고 강화하는 것만이 목표 달성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SDG를 달성하려면 틈새 혁신 그 이상이 필요하며, 물을 관리하는 방법부터 식량을 재배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인 체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