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지주사 상표권 독점 문제 있어"..공정위에 조사 촉구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가 상장 지주사의 상표권 독점이 대주주 등 특정인에 대한 이익을 몰아줄 소지가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조사를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15일 HD현대, LX홀딩스, DB의 상표권 사용료 수취를 콕집어 부당한 사업기회 제공 의혹 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15일 밝혔다.
순수지주사의 경우 자회사로부터 매년 거둬들이는 상표권(로얄티) 수익과 배당 수익이 주된 매출이다. 이중 한축인 상표권 수익에 대해 경제개혁연대가 앞장서 논란을 제기한 것이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현재 대기업집단 내의 상표권 사용거래와 관련한 문제는 주로 업무상 배임과 법인세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공정위, 앞서 대림산업·SPC그룹 상표권 제재 처분
공정위는 앞서 대림산업이 호텔사업 진출을 추진하면서 자체 개발한 GLAD 상표권을 지배주주 일가가 출자하여 설립한 APD로 하여금 출원⋅등록하게 한 사례에서 사업기회의 제공으로 판단하여 제재한 바 있다.
또, SPC그룹의 계열사 삼립이 샤니의 상표권을 무상으로 사용한 행위를 부당지원으로 판단하여 제재한바 있다.
하지만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상표권 사용거래와 관련하여 사안별 거래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거나 적절한 상표권 사용에 관한 지침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또는 지배주주가 상당한 지분을 소유한 회사에게 계열회사의 상표권 사용료 지급이 집중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공정위가 부적절한 상표권 사용료 지급 관행을 묵인하는 것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HD현대 상표권 수익 작년 55억원에서 올해 255억원으로 5배 이상 '급증'
구체적으로 HD현대그룹의 상표권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HD현대중공업이 공동보유하고 있었고, HD현대오일뱅크는 자체 CI를 사용하면서 각각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주회사 HD현대(정몽준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 31.86%)는 작년 9월 신규 CI(corporate identity)를 출원⋅등록하고, HD현대그룹은 동 CI(심벌 부분)가 포함된 그룹 CI 변경을 추진하여 올해 초부터 적용하고 있다.
기존 상표권 소유회사들은 그룹 CI의 심벌 부분 교체로 상표권 수익이 줄어드는데 그치지 않고, 신규 CI에 대한 상표권 사용료를 HD현대에 새로 지급해야하는 상황이다.
HD현대의 상표권 수익은 그룹 CI 변경으로 지난해 51억원에서 올해 최소 255억원으로 급증하며(내부거래 공시 기준), 증가한 상표권 수익의 상당부분은 그룹의 주력계열사인 기존 상표권 소유회사들이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상표권 소유회사들이 그룹 CI의 일부를 특수관계인 회사 HD현대가 단독으로 출원하도록 묵인하고 상표사용료 지급을 결정한 것은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라 는 지적이다.
◇LX홀딩스, 상표권 수익 연간 500억원대
LX홀딩스는 2021년 5월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됐다. LX홀딩스는 구본준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41.36%로 높다. 신규 ‘LX’ 상표에 대해 올해부터 LX인터내셔날,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 LX판토스, LX판토스 부산신항물류센터 등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하기로 했다. 그 규모는 연간 500억원대로 알려졌다. 하지만 LX그룹의 계열분리 과정에서 상표권을 지주회사 단독으로 소유하도록 하고, 나머지 주력 계열사들이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한 것은 결국 이들 주력 계열사들이 부당한 이익을 LX홀딩스에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력 DB손해보험이 지주사 DB에 상표사용료 지급(?)
DB Inc.(특수관계인 지분율 43.73%, 이하 “DB”)는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표권을 소유한 자회사 동부건설이 매각된 후 상표권 사용료가 청구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지난 2017년 그룹 CI를 변경하면서 지주사인 DB가 상표권을 출원⋅등록했다.
DB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DB손해보험. 그룹 내 인지도가 가장 높다는 점에서 DB가 상표권을 소유하고 그 사용료를 수취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2020년 10월 금감원의 검사 결과 DB손해보험이 DB 상표를 사용하면서 상표의 인지도 향상에 대한 기여도, 광고비 등 부담, 사용료율 산정에 대한 평가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본래 부담해야할 액수보다 더 많은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한 사실을 지적받은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그룹내 주력 사업자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해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집중된 HD현대, LX홀딩스, DB에 제공함으로써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표권 사용료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상표의 개발⋅출원만으로는 부족하고, 상표 관리나 이미지 제고 등에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부담하거나 또는 해당 상표의 가치 향상에 상당한 기여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HD현대와 DB 등의 경우,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