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여러 국가에서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벤치를 다용도로 개조하는 관행이 확산되고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벤치를 스마트폰 충전과 와이파이의 기지국으로 활용했던 사례는 지난해 보도됐다. 벤치처럼 간단한 도시 가구도 여러 가지 혁신적인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도시 벤치도 변신 중이다. 특히 공원이나 하천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의 벤치들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지친 도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미적인 감각을 더한 외모에 형형색색의 조명을 갖추어 찾는 사람들이 위안을 얻고 외로움을 달랜다.
벤치는 특히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특이한 방법으로 이를 발견하도록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면서 스마트시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벤치의 변신’ 목록에 가장 최근에 추가된 것은 프랑스 릴이라고 유럽 도시의 소식을 소개하는 포털 더메이어EU가 전했다. 이 벤치는 물을 저장하고 주변 정원의 식물들에게 공급하는 생태 용도다. 주민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창의적인 프로젝트로 인해 이 지역의 벤치는 빗물을 모으고 저장하며, 이 물로 식물에 관개하는 생태계 활성화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가뭄이나 폭우와 같은 극단적인 기상 악영향으로 이어지는 기후 변화에 직면해 특히 유용한 도시 자산으로 변신했다.
벤치는 릴의 필립 르본 광장에 소재한 파스퇴르 학교 앞에 위치해 있다. 건물의 지붕 등으로 쏟아지는 빗물을 홈통을 이용해 벤치의 물통에 저장한다. 학교 빗물 홈통이 벤치로 바로 연결돼 있다.
정원이나 텃밭에 물을 공급하는 방식은 자동이 아닌 수동이다. 벤치에는 물뿌리개와 양동이 등이 비치돼 있고 학생이나 지역 주민이 직접 물을 공급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는 주민과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숨어 있다.
파이프로 연결해 분수처럼 물을 뿌리는 장치만 설치하면 그만이었지만 지자체는 굳이 수동을 선택했다. 이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겠다는 취지였다.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고 한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벤치의 물을 이용해 채소를 재배했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을 이용해 근처 정원의 나무와 초본을 가꾸었다. 그리고 벤치에 모여 기쁨을 공유한다.
이 벤치는 디자이너 사이먼 카레스와 클레몽 라스콤브로부터 재능 기부를 받아 생 미셸 협회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릴 시정부는 주민참여 정책 사업의 일환으로 예산을 지원했다. 벤치는 연말까지 운영되며 시정부는 성과 평가가 좋을 경우 시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