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게이트ㆍ실리콘밸리뱅크ㆍ시그니처뱅크 청산 및 매각
UBS, 위기의 CS 매입...흔들리는 퍼스트리퍼블릭뱅크

실리콘밸리뱅크(SVB) 매각 입찰에 퍼스트 시티즌스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게티이미지
실리콘밸리뱅크(SVB) 매각 입찰에 퍼스트 시티즌스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게티이미지

불과 11일동안 실리콘밸리뱅크(SVB)와 크레디트스위스(CS) 등 4개의 은행이 무너지고 1개의 은행은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제 방안이 도출, 시행되고 있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다음은 20일(현지시간) 현재 각 은행별 위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됐는지와 규제 당국의 대응을 정리한 것이다.

◇실버게이트 캐피탈 

미 캘리포니아 라호야에 본사를 둔 실버게이트 캐피탈은 가상자산 산업 붕괴에 노출돼 파산한 최초의 미국 은행이다. 실버게이트는 뉴욕에 본사를 둔 시그니처뱅크와 함께 가상자산 회사들을 위한 주요 은행으로 활동해 왔다. 자산은 110억달러가 조금 넘는 규모. 가산자산 거래소 FTX가 주요 고객이었다. 

수개월간 고군분투해 온 실버게이트 캐피탈은 지난 1월 인력의 40%를 해고한데 이어 4분기 10억달러에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했고 고객 예금은 전년대비 68% 급감한 38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고객들의 인출액을 충당하기 위해 실버게이트는 52억달러 규모의 채무증권을 팔아야 했다. 

연방주택대출은행(Federal Home Loan Bank, FHLB)으로부터 43억달러를 추가로 대출받으면서 우려는 더 커졌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민주)은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에 가상자산 시장의 위험이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승인으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경영진과 함께 셧다운을 피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면서 개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실버게이트는 결국 청산을 선택했다. 

실버게이트는 지난 8일 운영을 종료하고 자회사인 가상자산 대출기관 실버게이트 은행을 자발적으로 청산한다고 밝혔다. 모든 예금은 전액 상환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청산은 실버게이트가 핵심 서비스 중 하나였던 실버게이트 익스체인지 네트워크(SEN)로 알려진 결제 플랫폼을 중단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이뤄졌다. 다만  실버게이트는 회사가 문을 닫더라도 다른 모든 예금 관련 서비스가 계속 운영되고 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뱅크

스타트업들의 생명줄 역할을 했던 실리콘밸리뱅크(SVB)는 8일 22억5000만달러 규모의 주식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투자자와 예금자들은 긴장하고 있었다. SVB 주가는 다음 날 60% 폭락했고 미 금융당국은 SVB 본사와 13개 지점을 폐쇄 조치했다. 

당국은 적절한 매입 주체를 찾으려 했으나 실패했고 은행 해체에 나섰다. 하지만 FDIC는 다시 잠재적 구매자들로부터 구체적인 관심을 받은 뒤 입찰 절차를 연기했다. 블룸버그는 이 문제에 정통한 사람들의 말을 인용해 퍼스트 시티즌스 뱅크쉐어즈(First Citizens BancShares Inc.)가 SVB 매입을 희망하고 있다고 20일 전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 본사를 둔 퍼스트 시티즌스는 19일 매입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가격이나 방법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FDIC에 따르면, 이 은행은 자산이 1090억 달러로 미국에서 30번째로 큰 상업 은행이며 20개 이상의 주에서 운영되는 125년 된 은행이다.

FDIC는 22일 오후 8시까지 SVB 입찰을 진행한다. 

◇시그니처뱅크 

시그니처뱅크는 12일 전체 예금의 약 12%에 달하는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이 나타난데 이어 결국 미국 역사상 세 번째로 큰 파산한 은행이 됐다. 

실버게이트 사태에 질린 고객들은 시그니처뱅크의 가상자산 노출이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에 예금을 줄줄이 인출했다. 규제 당국은 결국 은행을 법정관리하기로 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들도 모두 전액을 인출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시그니처 뱅크의 예금과 대출금 일부는 19일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New York Community Bancorp, NYCB) 산하 플래그스타 은행에 인수됐다. 플래그스타는 FDIC로부터 현금 250억달러와 대출 약 130억달러를 포함, 시그니처의 자산 380억달러 어치를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모든 시그니처 지점들은 플래그스타로 이름을 바꿔 운영된다. 

◇크레디트 스위스

UBS와 크레디트스위스(CS). 출처=게티이미지
UBS와 크레디트스위스(CS). 출처=게티이미지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그룹(Credit Suisse Group AG)은 스위스 정부 당국자들이 UBS그룹(UBS Group AG)과 30억프랑(32억달러) 규모의 인수 협상을 중재하면서 겨우 살았다. 매각 외 다른 옵션은 완전 또는 부분 국유화였다. 

167년 된 역사 깊은 CS는 각종 스캔들과 비리, 경영진 교체, 대규모 투자 손실 등으로 혼란에 빠져 있었고 울리히 쾨르너 최고경영자(CEO)는 은행을 구해보려려 했지만 실패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 은행의 연례보고서를 보충, 보완할 것을 요청하면서 발표가 연기됐고, 이런 가운데 최대 주주인 사우디 내셔널 뱅크는 위기의 CS에 더 투자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공포는 급하게 커졌다.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은 CS를 인수하는 UBS에 1000억스위스프랑의 유동성을 제공하고, CS 인수로 인한 잠재적 손실에 대해 90억스위스프랑 규모의 보증을 하기로 했다.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

퍼스트리퍼블릭뱅크에 대한 월가 은행들의 지원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출처=AFP/게티이미지
퍼스트리퍼블릭뱅크에 대한 월가 은행들의 지원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출처=AFP/게티이미지

두 차례의 신용등급 강등 및 뱅크런 속에서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 주가는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주 11개 은행이 300억달러를 예치하는 방안에 합의했지만 불안은 가시지 않았고, 월가 주요 로비단체 중 하나인 파이낸셜 서비스 포럼(Financial Services Forum, FSF)이 21일 워싱턴 D.C.에서 개최하는 사전 계획된 모임과 별도로 은행 임원들이 모여 퍼스트 리퍼블릭에 대해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이 문제에 정통한 사람을 인용,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300억달러 지원에 앞장 섰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가 또 다시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고 나섰다. 이번 지원안은 퍼스트 리퍼블릭의 자본금을 늘릴 수 있는 투자를 마련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은행들이 퍼스트 리퍼블릭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FSF는 8개 은행으로 구성됐고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회장 등이 회의에 직접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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